한국 증시가 마이너스(-)에 허덕일 때, 최근 두 달 새 지수가 30% 가까이 상승한 주식시장이 있다. 바로 중국이다. 한동안 부진했던 중국 증시가 연이은 경기 부양책 발표에 힘입어 빠르게 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투자자들은 오랜만에 되살아난 중국 증시가 왠지 낯설고 미심쩍은 분위기다. 돌이켜보면 헝다 사태와 코로나 봉쇄를 거치면서 글로벌 투자자들이 ‘여긴 시장 경제가 아니다’고 대거 떠났던 게 불과 2~3년 전이다.
이렇게 중국 기업엔 투자하고 싶지만 아직 본토 시장은 불안한 이들에게 최근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중국 기업들이 미국과 홍콩 증권거래소에서 기업공개(IPO)가 다시 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판 우버’로 통하는 차량 호출 서비스업체 디디추싱이 2021년 여름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이후 미국과 중국 규제 당국의 심사가 강화되면서 한동안 미국 증시에 입성한 중국계 대기업을 보기 어려웠다. 디디추싱은 결국 1년도 되지 않아 자진 상장 폐지한 바 있다.
홍콩에 본사를 둔 다국적 로펌 모리슨 포스터의 공동대표 마르시아 엘리스는 “중국 본토 상장의 어려움과 주주들의 자금 압박으로 중국 기업들이 홍콩이나 뉴욕 상장에 점점 더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해외 상장을 이끄는 대세는 자율주행이다. 지난달 25일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중국 자율주행 기업 위라이드는 첫날 주가가 공모가 대비 6.8% 상승했다. 위라이드는 현재 전 세계 7개국 30개 도시에서 자율주행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중국과 미국, 아랍에미리트(UAE), 싱가포르에서 자율주행 면허를 보유하고 있기도 하다.
이달 초 중국 로보택시 운영 업체 포니에이아이(포니 AI)도 나스닥 상장을 위한 서류를 제출했다. 포니에이아이는 최근 당국에 제출한 서류에서 주당 11~13달러로 미국 예탁주식 1500만주를 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회사 가치는 44억8000만달러가량으로 추정된다. 포니아이는 2021년 미국 상장을 고려했다가 보류한 바 있다. 당시 중국 정부가 자국 기업의 해외상장 허가제를 도입하는 식으로 해외 자금 조달을 사실상 막았기 때문이다.
홍콩 증시에는 중국 인공지능(AI) 및 자동차 칩 개발업체 호라이즌 로보틱스와 국영 생수 회사 CR 비버리지가 지난달 상장했다. 두 회사는 중국 본토에서 거래되는 기업을 제외하면 홍콩에서 올해 가장 큰 IPO로 기록됐다. 호라이즌 로보틱스는 상장 첫날 주가가 공모가 3.99홍콩달러에서 28% 상승한 5.12홍콩달러로 거래를 시작했다.
시장에선 내년에 미국과 홍콩에서 중국 기업의 IPO 바람이 더 거세질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시장 조사 업체 프레친의 중화권 사모 자본 담당 부사장인 르벤 라이는 “첨단 기술에 집중하고 아직 수익성을 낮은 기업은 미국 투자자들에게 기업가치를 더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