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 주식이 이달 11일 코스피시장에서 5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최근 1년 중 최저가를 새로 썼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5만전자’로 내려앉은 뒤로 반등은커녕 1년 내 최저가를 갈아치우며 뒷걸음질 치고 있다.
삼성전자가 올해 3분기 실적 발표 후 인공지능(AI) 핵심 반도체인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관련해 엔비디아로 추정되는 주요 고객사에 공급을 앞뒀다고 밝혔지만, 외국인은 삼성전자 주식을 지속해서 팔고 있다. ‘삼성전자 위기론’이 단지 AI 반도체 시장에서 밀려서만은 아니라는 방증이다.
주식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입지는 갈수록 줄고 있다. 세계 대표 주가지수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지수에서 TSMC 비중은 10%다. 삼성전자는 2.59%까지 줄었다. 5년 전 TSMC와 삼성전자의 격차는 0.74%포인트였지만, 이제 4배에 가까워졌다.
저마다 삼성전자 주가 부진의 배경을 꼽는다. 간단하게 정리하면 굳이 삼성전자 주식을 살 이유를 못 찾아서다. 주가 수익률만 놓고 봐도 AI 반도체나 파운드리는 엔비디아와 TSMC 주식이, 스마트폰은 애플 주식이 더 매력적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등장도 삼성전자에 도전 과제다. 트럼프 당선인이 반도체 지원법(CHIPS Act) 등의 보조금 삭감을 공언하고 있어서만은 아니다. 트럼프 당선인의 ‘중국 때리기’가 삼성전자에 반사 이익보다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중국을 대표하는 D램 기업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2026년쯤 미국 마이크론을 제치고 세계 D램 점유율 3위 자리에 올라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대(對)중국 반도체 공급망을 죌수록 중국 정부도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에 더 속도를 낼 수밖에 없어서다.
삼성전자가 CXMT를 D램 기술 측면에서 압도한다고 눙칠 일은 아니다. 삼성전자가 D램 1위 자리를 지키더라도 중국 내수 시장에서 입지가 줄면 점유율은 하락할 수 있다. 무엇보다 범용 메모리 반도체 가격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3사의 공급 조절로 조정하는 시대가 끝날 수 있다.
그동안 모건스탠리의 평가가 상대적으로 CXMT에 우호적이고 한국 반도체 기업에 박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중국 시장 입지가 줄고 있는 것은 이미 숫자로도 나타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메모리 반도체 수출에서 중국 비중은 올해 들어 40% 선이 무너졌다. 2012년 이후 처음이다. 지난 9월 기준 32.2%까지 내려갔다.
도널드 2기 행정부가 2025년 1월 출범해 2029년 1월 마무리될 때쯤 삼성전자 주식은 어느 위치에 서 있을까. D램 점유율마저 하락하면 주식의 매력이 더 떨어질 수 있겠다는 우려가 든다. 매일 ‘물타기(평균 매수가 낮추기)’에 바쁜 개인 투자자들을 생각할 때 삼성전자가 앞서 숱한 위기를 넘어섰던 것처럼 다시 한번 위기를 극복하길 기대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