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불면 배당주를 사라’는 말이 솔솔 나오고 있다. 지난해 결산배당부터 배당기준일을 12월 말에서 주주총회 이후로 미룰 수 있게 되면서 ‘옛말’이 된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지만, 증권가는 국내 주식 투자가 고민이라면 여전히 연말 배당주 투자가 좋은 선택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러스트=챗GPT 달리3

과거 상장사들의 배당기준일은 12월 말에 몰려있었기 때문에 매년 10월부터 배당주가 강세를 보이곤 했다. 그런데 지난해 상법 개정으로 배당기준일을 내년 1~2분기로 늦출 수 있게 됐다. 현대차(005380), KB금융(105560), 삼성화재(000810) 등 100여곳이 배당기준일을 이사회에서 정하는 날로 정했다.

배당기준일을 늦춘 기업이 많은데도 올해 연말을 앞두고 증권가가 배당주를 주목하라고 말하는 이유는 지난달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인하를 결정한 영향이 크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시장 금리가 하락하는 시기에는 이자소득이 줄면서 배당소득에 대한 수요 증가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염동찬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9월 연준이 기준금리를 인하한 이후 성장주가 강세를 보였지만, 장기적으로 시장 금리 하락 구간에서는 배당주의 성과가 (성장주보다) 양호한 모습을 보였다”고 말했다.

현재 한국의 배당수익률은 더 개선될 필요가 있다. 최근 1년간의 배당금을 기준으로 한 코스피200의 배당수익률은 2.1%로, 과거 10년 평균인 1.8%를 약간 웃돈다. 코스피로 범위를 넓히면 올해 배당수익률은 1.9%로, 아직 2%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최근 정부가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프로그램 등 주주환원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배당수익률과 배당성향 등이 점차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신한투자증권은 이달 14일 보고서를 통해 증권업종 비중을 늘릴 것을 추천하면서 특히 삼성증권(016360)이 중장기 주주환원율 50% 수준의 자본정책을 발표하고 배당수익률 7%대가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같은 날 한국투자증권은 배당주로 꼽히는 통신·보험주인 SK텔레콤(017670)삼성생명(032830)을 추천 종목으로 선정했다.

실제로 개인들의 투자자금은 고배당주에 몰리고 있다. 코스콤 체크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9월 13일~10월 14일) 개인 투자자는 한화자산운용의 ‘PLUS 고배당주위클리커버드콜’ ETF를 135억원 규모로 순매수했다. ‘PLUS 고배당주’를 비롯해 삼성자산운용의 ‘KODEX 고배당’, ‘KODEX 배당가치’, KB자산운용의 ‘RISE 고배당’ ETF 등에도 총 130억원이 넘는 개인 자금이 들어왔다.

이 기간 코스피 200종목 중 배당성향이 높은 금융주로 구성된 ‘코스피200 금융 고배당 톱 10′ 지수는 9.40% 오르며 코스피 지수 상승률(1.99%)을 크게 웃돌았다. ‘KRX 은행’(10.89%), ‘KRX 증권’(4.81%)도 상승했다. ‘코스피 고배당 50′ 지수(1.91%) 정도만 코스피 상승률을 소폭 밑돌았다.

염 연구원은 “최근 시장 변동성이 증가하는 구간에서 국내 배당주 지수는 상대적으로 양호한 성과를 기록했다”며 “방어적인 시장 대응이 필요한 국면이라는 점을 감안해 배당주는 긍정적인 접근이 가능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