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 슈퍼먼쓰가 문을 열었다. 이달 코스피 시장 입성을 노리는 회사는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와 외식 프랜차이즈 업체인 더본코리아 등 2곳이고, 코스닥은 20곳에 달한다. 하지만 성장성 있는 우량 기업들이 등판하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갖는 투자자가 많다.
확실한 건 ‘치킨값’이 보장됐던 시절은 지났다는 점이다. 오히려 주가가 공모가 밑에서 시작하는 기업도 등장했다. 일례로 8월 상장한 교육서비스업체 아이스크림미디어는 공모가가 3만2000원이었지만, 상장 이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공모가 위에서 거래된 적이 없다.
현재 주가가 공모가에 미치지 못하는 신규 상장 기업은 약 64%로 절반이 훌쩍 넘는다. 상장 당시에는 올랐어도, 대부분 거품이 걷히면서 하락 전환한 것이다. 이 중 대부분이 코스닥 기업으로, 적자 기업이어도 기술력을 인정받은 특례상장 코스를 거친 기업이 많았다. 이들 기업은 상장 당시 내세운 실적 등 목표 달성과 멀어졌거나, 공모가 산정 과정에서 가격이 ‘뻥튀기’됐다는 지적이 많았다.
개인은 물론 기관조차도 공모주 단타를 노리면서 이로 인한 주가 폭락 우려도 커졌다. 올 하반기 증시에 입성한 새내기주의 의무보유확약 비율을 보면, 평균 1%대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올 상반기에 비해 6%포인트 이상 하락했다. 중장기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공모주를 일정 기간 팔지 않기로 한 기관은 공모주를 더 많이 배정받는다. 그런데 이 비율이 낮다는 것은 그만큼 공모주를 단기 매매하려는 수요가 많다는 의미다.
22곳 중 옥석을 어떻게 가려야 할까. 기본은 증권신고서를 잘 들여다보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최근 기업가치 산정 근거가 되는 실적 전망치에 대한 ‘현미경 심사’를 강화하고 있다. 이달만 해도 증권신고서 정정이 속출했다. 이들이 어떤 점을 어떻게 수정했는지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코스닥 상장을 추진하고 있는 노머스는 지난달 30일 금감원으로부터 증권신고서 정정 제출 요구 공시를 받은 뒤 4일 투자 위험 관련 내용을 대거 보완했다. 공모 일정은 열흘가량 미뤄졌다. 자율주행 로봇 소프트웨어 기업 클로봇 역시 2026년 추정 실적 산정 기준을 구체화하는 내용으로 증권신고서를 2차 정정했다. 첨단부품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전문기업인 탑런토탈솔루션도 세 번째 정정신고서를 제출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묻지마 청약’을 할 경우 상장일에 손해 볼 수도 있다. 최대 주주와 기관투자자의 대량 매도 가능성을 보고 투자해야 한다”면서 “대표적인 지표는 의무보유확약 비율로, 실제로 이 비율이 높을수록 주가 수익률이 높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