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가 예정대로 내년부터 시행될 경우 국내 전체 주식 투자자의 4.6%가 과세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나왔다. 금투세는 국내 상장 주식 매매차익 중 5000만원 초과분에 대해 최대 27.5%의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4.6%는 금투세 도입을 확정한 문재인 정부 시절 1% 미만으로 추정했던 과세 대상자 비율을 5배가량 웃도는 수치다.

9월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금융투자소득세 시행 관련 더불어민주당 정책 토론회에서 시행팀과 유예팀 의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 뉴스1

6일 조선비즈는 핀테크 스타트업 패스트포워드의 도움을 받아 이 회사가 운영 중인 ‘도미노’ 앱을 통해 금투세 도입 시 과세 대상자 수를 추정하는 시뮬레이션을 돌렸다. 증권 전문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제공하는 도미노는 36개 증권사 계좌를 연결해 이용자의 투자 수익, 배당금, 세금 등을 분석해 준다.

국내 주식 투자자는 1400만명이다. 도미노 앱의 마이데이터 연동자 수는 약 11만명이다. 패스트포워드는 이 11만명 가운데 실제 투자에 적극적이고 도미노 사용도 활발한 활성이용자 8만1400명의 올해 들어 9월까지 투자 수익 데이터를 시뮬레이션에 적용했다.

그 결과, 금투세 시행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금융상품 1그룹(상장주식·주식형펀드·ETF 등)에서 금투세 과세 대상자는 총 3738명으로 집계됐다. 과세 금액은 총 5672억원이고, 과세 대상자의 평균 수익금은 1억7800만원으로 나타났다. 또 도미노 마이데이터 연동자(8만1400명) 대비 과세 대상자(3738명) 비율은 4.59%로 조사됐다.

이는 금투세가 도입된 전(前) 정부 시절 추정한 ‘과세 대상 비율 1% 미만’을 약 5배 웃도는 수치다. 4.59%란 비율을 1400만 국내 주식 투자자에 대입해 보면 금투세 과세 대상자 수는 64만2899명, 과세 대상 금액은 97조5482억원으로 나온다. 패스트포워드에서 운영 총괄 이사로 근무 중인 김창형 변호사는 “표본(8만1400명)은 통계의 대표성이나 신뢰 수준을 충분히 담보할 수 있는 규모”라고 했다.

이번 분석에서 패스트포워드는 올해 금투세 과세 대상자의 잔고 합계를 168조1220억원으로 추산했다. 김 변호사는 “최근 일부 언론에서 금투세 과세 대상자 잔고 총계(2023년 기준)를 100조원으로 추정한 바 있는데, 36개 증권사 연동 계좌를 토대로 우리가 파악한 잔고는 이보다 70조원가량 늘어난다”고 했다.

금투세는 금융투자로 얻은 이익이 일정 수준(주식 5000만원, 채권 등 250만원) 이상일 때 22~27.5%(지방소득세 포함)의 세율로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현재는 사실상 비과세인 주식 매매차익(양도차익)이 과세로 바뀌다 보니 도입 당시부터 시장에선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았다. 결국 여야는 2023년 1월 시행 예정이던 금투세를 2025년 1월 시행으로 2년 유예했다.

정권이 바뀌고 금투세 시행일이 다가오자 이를 둘러싼 논란은 다시 거세지고 있다. 특히 하반기 들어 한국 증시가 크게 흔들리자 그간 ‘예정대로 시행’ 입장을 고수해온 더불어민주당 내부에서도 금투세 시행을 강행해선 안 된다는 주장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금투세 시행 관련 격론을 벌였지만, 끝내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우리 증시 분위기가 녹록지 않은 만큼 제도 시행보다는 ‘유예’로 결론 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만 민주당 내에 제도 강행을 주장하는 의원도 많아 속단하긴 이른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