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엔 캐리 트레이드(일본 엔화를 빌려 전 세계 주식·채권 등에 투자하는 것) 청산 충격으로 아시아 주요국 증시가 크게 흔들렸다. 이후 시장 분위기는 진정됐으나, 불안감은 여전하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도 놀라는 심정이랄까.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달러와 엔화를 정리하고 있다. / 뉴스1

엔 캐리 트레이드 청산은 미 경기 사이클,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통화정책 등 미국의 영향을 크게 받는다. 미국 경기 확장이 마무리되고 연준이 금리 인하로 선회할 때, 즉 미·일 금리 차가 축소하고 엔화 강세 전망이 확산할 때, 엔 캐리 투자금 청산은 본격화한다. 이 맥락에서 보면 엔 캐리 청산은 아직 살아있는 이슈다. 그리고 그 강도는 미국 경제 하강 속도와 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가 결정할 것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엔 캐리 청산이 또 나타나더라도 증시가 8월 초 ‘블랙 먼데이’ 수준의 충격을 받진 않을 거라고 했다. 문홍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언더슈팅(자산 가격이 일시적으로 과도하게 떨어지는 현상)했던 엔화 가치의 정상화가 일정 부분 진행됐다는 점에서 7월 말~8월 초와 같은 투자금의 대규모 포지션 변동은 제한될 것”이라고 했다.

물론 안심할 단계라는 의미는 아니다. 9월에는 ‘지켜봐야 할’ 이벤트가 많다. 9월 18일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와 20일 일본은행(BOJ) 통화정책 회의가 대표적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미 금리 인하가 기정사실로 된 상황에서 금리 인하 폭과 BOJ의 통화정책 기조에 따라 엔화 강세가 재개될 수 있다”고 했다.

매년 9월 유동성 위축에 따른 글로벌 증시 약세가 반복된다는 점도 잊지 말자. 법인세 납부와 유대교 신년·속죄일 휴일, 글로벌 헤지펀드의 북클로징(회계연도 장부 결산) 등이 9월에 몰려 있어서다. 제한적인 엔 캐리 청산 매물에도 주식시장이 크게 흔들릴 수 있다는 의미다. 이경민 연구원은 “단기 트레이딩에 집중하고, 추석 전에는 리스크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