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현지시각) 미국 뉴욕 증시가 일제히 올랐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는 8거래일 연속, 다우지수는 5거래일 연속 상승 마감이다. 이달 5일 주식시장에 급락 공포를 일으킨 ‘블랙 먼데이’ 사태가 무색할 만큼 빠른 회복세다. “경기 침체 우려를 떨쳐냈다”는 식의 희망가가 울려 퍼진다.

시민들이 미국 뉴욕에 있는 한 쇼핑몰 매장 앞을 지나가고 있다. / EPA 연합뉴스

정말로 침체 공포를 떨쳐낸 것이길 바란다. 하지만 다음 현상을 기억하자. 우선 미국 장·단기 금리가 모두 하락했다. 달러는 약세이고, 엔화와 유로화는 달러화 대비 강세다. 원·달러 환율도 5개월 만에 1330원대로 내려앉았다. 금(金) 가격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그런데 유가는 내렸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성장 둔화 우려가 불거질 때 나타나는 구도”라고 설명한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유가와 금 가격의 방향성이 달라진 것에서 경기가 둔화로 방향을 바꾸고 있는 게 아닌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정원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미 물가가 진정됐는데도 실질시간당임금 상승률의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며 “소비자 구매력이 둔화 기조로 진입할 것이라는 인식에 일치하는 결과”라고 했다.

미국의 성장 둔화는 금리 인하 명분을 확실하게 제공한다. 시장은 오랜 시간 금리 인하를 기다려 왔다. 여기까지만 생각하면 문제 될 게 없다. 하지만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 인하에 나서면, 그 때문에 일본과 금리 차가 축소되면, 엔 캐리 트레이드(엔화를 빌려 전 세계 주식·채권 등에 투자하는 것) 청산을 다시금 자극할 수 있다. 8월 5일 ‘블랙 먼데이’를 통해 시장이 깨달은 서늘한 교훈이다.

오건영 신한은행 WM사업부 팀장은 “미국 성장세가 강하다면 금리 차가 좁아지더라도 미국의 성장 과실을 따 먹을 수 있으니 엔 캐리 트레이드는 유지될 수 있다”며 “미국 성장이 둔화하고, 이를 제어하고자 금리를 인하하는 게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했다. “침체 우려를 떨쳐냈다”는 낙관론에 기대기엔 이르다는 말이다. 김대준 연구원은 “경기 모멘텀 약화를 반영해 방어적인 투자 전술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