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개인 투자자들이 국내 채권 시장에서 회사채를 4조7000억원어치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예년과 비교해 훨씬 큰 규모다. 하반기 금리 인하 기대감을 타고 채권 투자 열기가 뜨거운 상황에서 국채는 물론 국채보다 기대수익이 큰 회사채로도 투자 심리가 몰린다는 분석이 나온다. 증권사 리테일 관계자들은 신용등급이 높은 기업 회사채에 개인 수요가 집중된다고 전했다.

일러스트=챗GPT 달리3

1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14일까지 개인 투자자의 회사채 순매수 금액은 4조695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회사채 순매수 금액(14조110억원)의 33.5%이자 올해처럼 채권 투자 열기가 뜨거웠던 작년(4조2980억원)보다 더 높은 수치다. 개미의 회사채 수집 규모는 기타법인(4조3310억원), 은행(3조6880억원), 상호금융(2조3380억원) 등을 웃돌고 있다.

김상인 하나증권 연구원은 “회사채 매수·매도가 모두 활발한 기관과 달리 개인은 신규 매수가 많아 순매수 금액이 높게 잡히는 편”이라며 “다만 이런 특성을 차치하고 봐도 최근 회사채에 대한 개인 투자자 관심이 매우 커진 건 사실”이라고 했다.

회사채를 찾는 개인이 늘어나는 건 전체 채권 시장 활기와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이후 전 세계를 강타한 인플레이션(지속적인 물가 상승)을 잡고자 2022년부터 금리를 공격적으로 인상했다. 금리 급등과 함께 반비례 관계인 채권 가격이 내려가자 채권 투자에 나서는 개인이 확 늘었다. 향후 금리가 다시 내려갈 때 자본 차익을 얻으려는 수요가 몰린 것이다.

2021년 4조5675억원이던 개인의 채권 순매수액은 2022년 20조6113억원, 2023년 37조5620억원으로 솟구쳤다. 불과 2년 만에 8배 넘게 불어난 것이다. 개미의 채권 매입은 올해 더 적극적이다. 지난 1월부터 6월 14일까지 개인이 사들인 채권 규모는 21조2400억원이다. 작년 같은 기간 순매수액(17조6750억원)보다 16.8% 증가한 수치다.

이런 흐름 속에서 개인 투자자들은 전통적으로 선호해온 국채뿐 아니라 회사채로도 관심을 키우고 있다. 예년 같은 기간(1월~6월 14일)과 비교해 보면 개미의 회사채 순매수는 2021년 1조690억원에서 2022년 2조4440억원, 2023년 4조2980억원, 올해 4조6950억원 등으로 꾸준히 증가 추세다. 민지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회사채가 국채보다 위험하지만, 대신에 가산금리가 붙어 기대 수익이 높다”고 했다.

개인 투자자의 주 타깃은 수요 예측 단계에서 기관 자금이 충분히 들어오지 않아 목표 물량 확보에는 실패했으나 신용등급은 양호한 회사채다. 예컨대 올해 상반기에는 GS건설(신용등급 A)이 1000억원 모집에 나섰으나 280억원 주문에 만족해야 했고, 동화기업(A-)도 목표 물량(300억원)의 절반만 채웠다.

한 대형 증권사 리테일 부문 관계자는 “기관 수요 예측에서 미매각된 회사채는 통상 주관사가 인수해 개인에게 판매한다”며 “발행금리보다 높은 금리로 판매하는 경우가 많아 리테일 창구에서 인기가 많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거시 흐름과는 별개로 채권 자체에 대한 개인 투자자의 관심도 예전보다 커졌다고 말한다. 김상인 연구원은 “과거에는 채권 시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고 매매 시스템도 부실했으나, 지금은 증권사 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MTS) 등을 통해 주식 매매하듯 채권도 쉽게 사고팔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