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의 자사주 매입은 주가에 호재라는 인식이 일반적이지만, 회사가 자사주를 직접 사지 않고 금융회사를 통해 취득했다면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자사주 간접 취득은 공시 의무가 느슨해 해당 기업 투자자의 알 권리를 침범한다는 이유에서다. 간접 취득한 자사주도 공시 의무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일러스트=챗GPT 달리

15일 강소현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이 쓴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자사주 매입 관련 공시를 한 상장사는 총 161곳이다. 그런데 이 중 자사주를 직접 취득한 회사는 47곳에 불과했다. 나머지 114곳은 은행·증권사 등과 신탁 계약을 맺고 간접 취득(76곳)했거나, 기존 신탁 계약을 연장(38곳)한 경우였다.

상장사는 자사주를 취득 또는 처분하면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한다. 강 연구원은 직접 취득·처분은 예상 기간이 정해져 있고, 해당 기간이 종료된 직후 결과 보고서가 공시되기 때문에 비교적 단기간에 자사주 변동 사항을 알 수 있다고 했다.

반면 신탁 계약을 통한 취득은 직접 취득과 달리 연장할 수 있다는 특성이 있는데, 이 연장 기간에 대한 규제가 딱히 없다는 게 강 연구원의 지적이다. 신탁 계약을 통한 취득·처분 현황은 최초 계약 체결 후 3개월이 지난 시점에 1회 공개될 뿐이다. 이후로는 신탁 계약이 해지되기 전까지 취득·처분 현황을 파악할 수 없다. 강 연구원은 “신탁 계약 연장을 거듭할 경우 자사주 변경 사항을 확인하기 어려워진다”고 했다.

또 신탁 계약은 여러 금융사와 체결할 수 있다. 자사주가 복수의 신탁 계약에 숨어 여기저기 흩어져 있으면 투자자는 정확한 정보 수집에 한계를 느낄 수밖에 없다. 강 연구위원은 신탁 계약에 대해 “최초 3개월 공시 뒤 정기적으로 자사주 변동 상황을 공시하도록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며 “신탁 계약을 연장할 때도 연장 사유와 자사주 보유 현황, 취득률 등을 밝혀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