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기업 밸류업(가치 상승) 프로그램 추진을 계기로 성장주 일색이던 펀드 시장에 가치주라는 대항해 시대가 열릴까. 최근 시장에서는 가치주 스타일의 주식을 편입해 포트폴리오의 위험을 분산시키자 하는 수요가 커지고 있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다.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야권이 크게 승리하면서 밸류업 프로그램 급제동 우려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초 밸류업 수혜로 급등했던 가치주는 거의 제자리로 돌아왔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밸류업 프로그램의 홍보대사인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나섰다. 이 원장은 주요 대기업에 이어 행동주의펀드·국민연금과 만나며 밸류업 고삐를 당기고 있다. 가치주 펀드는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가치주 발굴에 ‘진심’인 펀드를 알아봤다.

일러스트=이은현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등에 따르면 국내 액티브 일반형 펀드 중 가치주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펀드는 신영마라톤, 한국밸류10년투자 등이 있다. 17일 기준 신영마라톤의 최근 1년 수익률은 11.95%지만, 최근 1개월 수익률은 마이너스(-) 0.52%로 고꾸라졌다. 한국밸류10년투자는 1년 수익률 16.2%로, 3개월까진 13.28%였지만 1개월 기준으론 2.35%다.

지난해 설정된 가치주 펀드엔 VIP한국형가치투자, 더제이더행복코리아펀드가 있다. 각각 연초 대비 수익률이 6.9%, 3.5%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마이다스액티브가치(4.6%), 베어링가치(5.7%), 신한얼리버드(7.1%), 트러스톤밸류웨이(8.3%), 한국투자롱텀밸류(5.8%) 등이 있다.

김재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펀드별 주요 스타일 노출도를 비교하면, 가치주 펀드에 편입된 종목들은 고배당주와 시가총액 중·소형주의 성격을 띠고 있다”면서 “특히 한국투자롱텀밸류, VIP한국형가치투자, 더제이더행복코리아는 성장주 노출도도 높게 유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연구원은 “시장 상황에 따른 펀드의 성과 변동성을 보기 위해 위험 대비 성과 지표인 샤프지수·트레이너 지수·정보비율 등을 살펴보면 마이다스액티브가치, 베어링가치, 트러스톤밸류웨이, 한국밸류10년투자 등이 탁월했다”고 덧붙였다.

주주가치를 높이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요구하는 행동주의 펀드도 빠질 수 없다. 트러스톤의 ESG레벨업은 ESG의 개선 효과가 재무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기업에 투자한다. KCGI의 ESG동반성장은 저평가된 기업의 숨겨진 가치에 주목하고 불투명한 거버넌스를 개선해 기업가치를 현실화하려는 전략을 쓰고 있다.

지배구조 개선이 가능한 종목에 투자하는 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도 있다. 지난해 12월 상장한 트러스톤 주주가치액티브는 낮은 주주환원으로 저평가된 종목에 투자하는 액티브 ETF다. 주주행동주의 타깃이 될 수 있는 기업이나 지배구조 개선이 가능한 기업에 투자하는 전략이다. ACE 주주환원가치주액티브 역시 주주환원 제고 가능성이 높은 종목에 투자하며, 상대적으로 중·소형주 비중이 높았다.

☞샤프지수 ·트레이너지수 : 샤프지수는 투자로 인해 얻은 초과 수익률이 그 투자의 변동성(위험)에 비해 얼마나 효율적인지를 나타내는 수치다. 샤프지수가 위험에 대한 초과수익률 정도를 나타낸 것이라면 트레이너지수는 시장 민감도를 나타내는 베타계수로 초과수익률을 나눈 것이다. 베타계수는 수익률의 민감도를 나타내는데, 베타가 클수록 위험성이 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