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가을 산은 붉게 물드는데, 주식시장은 새파랗게 질린 10월이었다. 코스피 지수와 코스닥 지수의 10월 수익률은 각각 -6.6%, -11%로 부진했다. 중동 정세가 흔들리고 미국채 10년물 금리마저 5% 가까이 치솟으면서 갈 길 바쁜 한국 증시를 약세장으로 몰아넣었다. 특히 이차전지 밸류체인이 전반적으로 급락하면서 우리나라 증시는 글로벌 증시 대비 부진한 한 달을 보냈다.
11월을 맞는 투자자들은 두 갈래 길 중 하나를 예상할 것이다. 10월의 악몽이 이어지거나, 바닥을 다진 시장이 반등하거나. 증권가는 어떨까. 전문가들은 늘 그렇듯 절망 자체보다는 절망 뒤에 가려진 희망을 바라보고 있다. 추세적 반등을 기대하기엔 역부족이어도 패닉셀링(Panic Selling·공황매도) 구간은 벗어나고 있다는 진단에서다.
우선 10월 하락장의 중심에 있던 이차전지를 보자. 계속된 조정으로 이차전지가 주가지수에 미칠 영향도 그만큼 적어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이차전지 ETF(상장지수펀드)에 포함된 34개 주식의 시가총액 합계는 9월 말 359조3000억원에서 10월 25일 종가 기준 291조3000억원으로 18.9% 감소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코스닥 합산 시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57%에서 13.63%로 1.94%p 하락했다.
박승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상반기엔 국내 대부분 업종 실적이 역성장해 이차전지 말고는 살 만한 주식이 없었지만, 3분기 실적 시즌이 진행되고 있는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며 “에코프로·포스코퓨처엠의 영업이익은 컨센서스(전망치 평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으나, 삼성전자·삼성바이오로직스·한화오션·KB금융 등은 컨센서스를 상회하는 실적을 발표했다”고 했다.
올해 들어 외국인이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를 꾸준히 사들이는 이유도 3분기 실적 시즌과 연계해 바라볼 필요가 있다. 반도체 업종이 3분기 흑자 전환을 기점으로 내년 4분기까지 이익을 늘려갈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투자 대안이 늘어난다는 건 시장 참여자에게 반가운 일이다. 밸류에이션(가치 평가)이 부담되고 수급도 불확실한 이차전지가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는 건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11월 초에 나올 미국 경제지표 결과에 따라 시장이 일시적으로 출렁일 수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둬야 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악의 상황은 지났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이 연구원은 한국 증시의 펀더멘털(기초체력) 동력이 강해지고 있다며 그 근거로 선행지수 상승, 반도체 주도의 제조업·수출 경기 회복, 12개월 선행 주당순이익(EPS) 상승세 지속 등을 꼽았다.
물론 희망을 노래하더라도 상존하는 리스크 요인은 잊어선 안 되겠다. 미국 정치권의 내년도 예산안 대치 장기화와 그에 따른 미 연방정부의 셧다운(일시적 업무 정지) 리스크 재부각, 대리전 양상으로 치닫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 불안정한 국제유가 등이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