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드신 분들은 엔터테인먼트 사업이 큰 산업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전혀 아니죠."

최근 만난 자산운용사 직원은 현재 엔터테인먼트 시장에 대해 이같이 진단했다. 국내 4대 엔터테인먼트사(하이브·SM·JYP·YG엔터테인먼트)의 주가가 지난해 말과 비교해 60~70% 올랐음에도, 상승 여력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방탄소년단(BTS) 지민, 제이홉, 진, 정국, RM, 슈가, 뷔가 지난해 3월 1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주경기장에서 열린 'BTS 퍼미션 투 댄스 온 스테이지 - 서울(PERMISSION TO DANCE ON STAGE - SEOUL)' 콘서트에서 화려한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빅히트 제공)/뉴스1

현재 엔터테인먼트사는 단순히 연예인을 발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제조업체화되고 있다. 아이폰 제조업체 애플이 매년 새로운 아이폰을 출시하며 라인업을 탄탄히 쌓듯 엔터테인먼트사도 매년 새로운 아이돌을 내놓는다.

제조업체보다 더 매력적인 점도 있다. 제조업체에서 신제품을 출시하면 기존 제품의 매출은 뚝 떨어지는데, 엔터테인먼트는 아니다. 엔터사에선 갓 데뷔한 아이돌과 활동을 오래 한 아이돌이 매출을 쌍끌이하는 경우가 많다.

엔터테인먼트사 매출의 두 축은 아티스트의 음원·음반을 팔아 얻은 앨범 매출액과 콘서트·팬미팅의 티켓을 팔아 얻은 공연 매출액이다. 상반기 기준 하이브·JYP·YG는 앨범 매출액의 비율이 높은 반면 SM엔터테인먼트는 홀로 공연 매출액의 비율이 더 높다. 전체 매출 규모로는 하이브가 1조316억원으로 압도적이며 SM엔터테인먼트(4436억원), YG엔터테인먼트(3157억원), JYP엔터테인먼트(2697억원) 순서다.

'앨범 인플레이션'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아이돌 앨범 판매는 어느 때보다 호황이다. 2001년 김건모와 god 이후 밀리언셀러(앨범 100만장 이상 판매)가 한동안 등장하지 않다가 2017년 방탄소년단이 'LOVE YOURSELF 承 Her(타이틀곡: DNA)'로 16년 만에 단일 앨범 100만장 이상을 팔았다. 방탄소년단 이후 엑소, 세븐틴, NCT, 블랙핑크 등 밀리언셀러가 물밀듯 쏟아졌다. 덕분에 써클차트에 따르면 올해 1~7월 판매량 상위 400개 앨범의 누적 판매량은 6993만장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00만장 늘었다.

요즘 시대에 왜 이렇게 앨범 판매가 잘 될까. 팬심을 이용한 회사의 매출 올리기 방식 덕분이다. 앨범 1장당 1~2장의 포토카드(아이돌 멤버의 사진)를 무작위로 넣는데, 포토카드를 78종까지 구성한 회사도 있다. 여기에 엔터테인먼트사는 앨범을 많이 살수록 팬 사인회에 당첨될 확률이 높아지게끔 시스템을 마련했다. 팬들이 똑같은 앨범을 수십, 수백장씩 사는 이유다.

걸그룹 트와이스가 7월 6일(현지시간) K팝 걸그룹 최초로 미국 뉴욕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에서 단독 콘서트를 성황리에 열었다./연합뉴스

공연 규모가 커지고 있는 점 역시 엔터테인먼트사엔 호재다. 공연에 드는 비용인 대관료와 출연료 등은 고정비 성격이 강해 공연장이 크면 클수록, 다시 말해 관객을 많이 모을수록 얻는 이익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가장 큰 공연장을 스타디움이라고 하는데, 방탄소년단은 물론 트와이스, 블랙핑크 등은 해외에서 스타디움 투어를 돌며 콘서트마다 약 5만명의 관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이 외에도 엔터테인먼트사마다 음악의 색깔이 달라 특정 회사마다 충성 고객이 있다는 점, 엑소 팬이 NCT 팬이 되는 등 회사별로 팬덤이 대물림된다는 점, 국내 시장에만 그쳤던 과거와 달리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발달로 해외 시장 진출이 원활해졌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한 치 앞도 안 보이는 테크 기업과 달리 엔터테인먼트사의 미래는 비교적 명확하다.

물론 현재 블랙핑크 리사의 재계약이 불투명해 YG엔터테인먼트의 주가가 요동치는 것처럼 인기 아이돌의 재계약 이슈 또는 열애설 등은 주가에 타격을 줄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단기적 악재일 뿐이다.

앤팀, 하이브 레이블즈 재팬 제공

최근 들어 "진짜 악재는 엔터테인먼트사가 팬을 바라보는 태도"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일리 있는 지적이다. 엔터테인먼트사가 팬을 고객으로 대우하지 않은 대표적인 사례는 지난 7월 앤팀의 팬 사인회 때 나왔다. 앤팀은 하이브가 일본에서 론칭한 글로벌 아이돌 그룹이다.

당시 팬 사인회를 진행하면서 회사 측은 팬들의 속옷까지 검사했다. 회사 측은 팬들이 전자 장비를 몸에 숨겨 반입하는 과거 사례가 있었다고 설명했지만 여론은 돌아섰다. 수십, 수백만원을 들여 당첨된 팬 사인회에서 이같은 대우를 감내하는 건 불합리하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모 증권사 대표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금융당국이 아닌 "고객이 제일 무섭다"고 토로했다. 고객이 돌아서면 사업을 영위할 수 없다는 뜻이다. 팬심만 믿고 고객을 우습게 아는 엔터테인먼트사 역시 사업의 지속성엔 물음표가 찍힐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