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시장의 ‘대장주’ 삼성전자가 돌아왔다. 인공지능(AI) 열풍에 힘입어 지난 26일, 14개월 만에 처음 7만원을 돌파한 이후 30일에는 7만2000원을 넘었다. 올 초 대비 주가 상승률은 30%에 이른다. ‘왕의 귀환’에 기존 주주들은 환호하고 있지만, 아직 삼성전자를 포트폴리오에 담지 못한 투자자들은 포모(FOMO·자신만 뒤처지거나 소외되는 것 같은 두려움) 증후군에 빠지게 됐다. ‘7만전자’에 지금 들어가도 될까.
앞으로 주가가 더 오를 수 있을지 전망하려면 먼저 그동안 상승세가 타당한지 따져봐야 한다. 지금까지 상승 기반이 탄탄했다면 추가 상승 여력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장기 침체에 빠지면서 외면받던 삼성전자 주가가 반등하기 시작한 것은 회사가 ‘감산’을 언급하면서부터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영업이익 규모가 14년 만에 가장 적었다는 ‘어닝 쇼크’를 발표하면서 반도체 감산을 공식화했다. 생산이 줄어들면 재고가 감소하면서 앞으로 반도체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는 기대에 삼성전자 주가는 큰 폭 반등했다.
전문가들은 감산 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2분기 현재 제조사와 고객사의 메모리 반도체 재고가 동시에 감소 추세에 진입한 것으로 판단된다”며 “하반기 큰 폭의 반도체 수요 증가가 없다고 가정해도 감산에 따른 공급 축소 효과만으로도 D램, 낸드 반도체 수급은 균형에 근접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진 AI 열풍은 삼성전자 주가에 날개를 달았다. AI 연산에 핵심인 그래픽 처리장치(GPU) 반도체 생산 1위 업체인 미국 엔비디아가 “세계 AI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고 밝히자 글로벌 반도체 주가가 급등했다. 지난해 ‘챗GPT’라는 생성형 AI가 출현한 이후 AI가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뒤흔들 것이라는 막연한 전망이 나왔는데, 실상은 이미 지각변동이 진행 중이던 것이다.
엔비디아가 앞으로 매출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한 AI 서버에는 엔비디아가 만든 그래픽 처리장치(GPU)와 함께 고성능·고용량 D램이 탑재되는데, 삼성전자는 해당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인 고대역폭 메모리 반도체(HBM)를 생산하는 글로벌 1위 업체다.
국내 증권사는 삼성전자의 목표 주가를 8만원 안팎에서 높게는 9만5000원(하이투자증권)까지 제시하고 있다. 현재 주가보다 10% 이상 상승 여력이 있다는 의미다. 외국계 증권사도 잇따라 삼성전자 목표 주가를 상향 조정하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가 ‘9만전자’ 전망을 내놓았고 HSBC는 8만8000원으로 올려잡았다.
골드만삭스와 모간스탠리는 아직 삼성전자 목표주가를 7만원대로 유지하고 있지만, 메모리 반도체 기업에 대한 투자를 권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조만간 목표주가를 상향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