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투자에 한 번이라도 관심을 가졌던 투자자라면 브라질 국채의 악몽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2011~2012년 사이 브라질 국채를 10조원 넘게 사들인 국내 투자자들이 이후 브라질 화폐인 헤알(real)화 가치 폭락으로 50%가 넘는 손실을 본 쓰라린 기억이다. 브라질 채권의 상처가 아직 채 아물지도 않았는데, 최근 국내 채권 전문가들은 다시 브라질 채권 투자를 권하고 있다. ‘브라질 채권’의 ‘브’자만 들어도 진저리를 치는 투자자들에게 다시 브라질 국채를 추천하는 이유는 뭘까.
2010년대 초반 브라질 채권 투자는 국내 고액 자산가들 사이에서 유행처럼 번졌다. 풍부한 원자재 자원과 대규모 인프라 투자로 경제 호황을 맞이한 브라질의 10년 국채가 무려 연 10%가 넘는 금리로 발행된 데다, 1991년 한국과 브라질 양국이 맺은 국제조세협약에 따라, 브라질 정부에서 발행한 채권의 투자 수익에 대해서는 국내에서 비과세 혜택을 적용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기준 한국 기준 금리는 3.25%, 은행 예금 금리도 3% 중반 수준이었던 터라, 브라질 국채 투자는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이후 원화 대비 헤알화 가치가 추락을 거듭하며 악몽은 시작됐다. 2011년 680원대였던 원-헤알화 환율은 2015년 330원대, 2021년에는 190원대까지 내려앉았다. 화폐 가치의 변동으로 환차손이 극심해진 것이다. 아무리 연 10% 이자를 꼬박꼬박 받고 있었다고 한들, 환차손으로 인한 손실을 만회하긴 어려웠다. 이후 브라질 채권의 기억은 국내 투자자 사이에서 트라우마처럼 남게 됐다.
올해 전문가들이 권하는 브라질 국채는 헤알화 표시 채권이 아닌, 달러화 표시 채권이다. 달러화가 헤알화에 비해 현저히 환율 변동 리스크가 적은 데다가, 헤알화 표시 국채와 같은 절세 혜택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자소득·채권 매매 시 환차익에 대해 세금을 물지 않아도 되고, 금융소득종합과세(금소세)에서도 제외된다.
또 달러화 표시 브라질 국채의 표면 이자율이 헤알화 표시 채권보다는 낮지만, 미국 국채 금리보다 높다는 점도 장점이다. 브라질이 국가 부도가 나지 않는 이상 미 국채보다는 높은 이자 수익을, 헤알화 표시 채권보다 작은 환율 변동 리스크 하에서 꾸준히 거둘 수 있는 것이다. 달러화 표시 브라질 국채의 표면 이자율은 2030년 만기 기준 3.875%, 2050년 만기 기준 4.75%다. 2028년 만기의 헤알화 표시 브라질 국채의 표면 이자율인 10.25%보다는 낮지만, 미 국채보다는 2~3%포인트 이상 높다.
국내 한 증권사의 채권 영업 담당자는 “달러화 표시 브라질 국채는 과거에도 존재했던 상품이지만, 2010년대 초반 국내에서 헤알화 표시 채권에만 집중적으로 매수세가 몰리며 헤알화 폭락에 국내 투자자들이 직격탄을 맞았던 것”이라면서 “달러 표시 브라질 국채는 원·달러 환율의 움직임만 보기 때문에 훨씬 안정적으로 비과세 혜택을 누리며 투자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향후 달러 가격이 내려가더라도 채권 가격이 오르기 때문에 어느 정도 환차손을 상쇄할 수 있고, 달러 가격이 더 오르면 그만큼 환차익도 늘어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말했다.
단, 지난 2002년 경제위기 당시 브라질 정부가 헤알화 표시 국채에 대한 원리금을 최종 상환했지만, 달러화 표시 국채에 대해서 원리금 상환 지급 유예를 결정한 적이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그래도 지난해 6월 말 기준 브라질 외환보유고는 3420억달러로, 2002년 377억달러보다 많이 늘어나 있어 같은 위험이 발생할 가능성은 낮은 편이다.
달러화 표시 브라질 채권은 영업점을 통해서만 직접 매매할 수 있다. 채권 투자가 떠오르는 지금, 달러 표시 브라질 국채에 다시 투자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