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현대차그룹 제공

현대자동차가 지난해 고금리, 차량용 부품 공급난 등 어려운 여건을 이겨내고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 지난해 영업이익이 사상 최대인 9조8000억원대를 기록했다. 고금리·고물가로 인한 글로벌 경기 침체에도 제네시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고급 차’ 판매 급증, 환율 상승 효과에 힘입은 덕이다.

투자자들이 주목한 것은 주주가치 제고 행보다. 보통주 1주당 배당금 6000원, 약 3200억원의 자사주 소각 결정이다. 역대급 실적과 더불어 지난해보다 대폭 오른 배당금 등의 ‘주주친화정책’은 현대차(005380) 주가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다.

현대차는 26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본사에서 경영실적 컨퍼런스콜을 열고 연결 기준으로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 대비 21.2% 증가한 142조5275억원, 영업이익은 47% 늘어난 9조8198억원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영업이익은 지난 2010년 새 국제회계기준(IFRS) 도입 이후 최대 실적이다. 당기순이익은 40.2% 증가한 7조9836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40%대 증가율을 보였다.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119.6% 증가해 시장 전망치인 3조184억원을 8.1% 웃돌았다.

이 같은 역대급 실적에 시장도 반응했다. 26일 현대차는 전 거래일 대비 9200원(5.55%) 오른 17만49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현대차 주가는 지난해말부터 4분기 실적 호조 기대감에 상승 기류를 탔다. 현대차의 석달간 주가 수익률은 8.9%, 한달 수익률은 10.7%에 달했다.

현대차가 주목받은 또 다른 이유는 전년 대비 50% 오른 배당금 결정이다. 2022년 기말 배당금은 주당(보통주 기준) 6000원으로 결정했다. 중간 배당 1000원을 포함해 연간 배당금은 주당 7000원으로 책정됐다. 이날 현대차의 배당 결정 소식에 투자자들 게시판 역시 불 탔다. 한 투자자는 “정의선 회장 취임 후 분위기가 달라졌고, 화끈한 배당에 주주도 기쁘다”면서 “(현대차) 주식 사길 잘했다”고 전했다.

자사주 소각에도 나선다. 발행된 주식 수를 줄여 주주들이 보유한 기존 주식 가치를 끌어올린다는 취지다. 이전부터 보유하고 있던 자사주 중 발행주식수의 1% 규모를 소각하기로 했다. 보통주 213만6681주, 우선주 24만3566주, 2우선주 36만4854주, 3우선주 2만4287주를 소각한다. 총 3154억1545만원 규모다. 소각 예정일은 오는 2월 3일이다.

앞으로 주가도 상승세를 이어갈 지 여부가 주목된다. 일부 투자자들은 현재 17만원대인 현대차 주가가 20만원선을 뚫을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주가에 영향을 주는 것은 실적이다. 올해 영업이익은 무난하게 10조를 훌쩍 넘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판매는 지난해 대비 9.6% 증가한 432만1000대, 매출은 10.5~11.5% 증가한 157조5000억~158조9000억원으로 제시했다. 연 6.5~7.5%로 밝힌 영업이익률 목표치로 추정해볼 때 현대차가 계산한 올해 영업이익은 약 10조2000억~11조9000억원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국가 간 갈등 등 지정학적 영향, 금리 인상에 따른 수요 위축 등 대내외적 불확실성 확대로 예측하기 어려운 경영환경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또 환율 변동성 확대와 글로벌 자동차 업체 간 경쟁 심화에 따른 마케팅 비용 상승을 경영활동의 부담 요인으로 꼽았다.

이러한 불확실성 속에서도 투자자들은 현대차의 주가 상승을 기대한다. 증권가에서도 현대차의 투자의견 ‘매수’를 제시, 목표가는 올려 잡았다. 신영증권의 현대차 목표가는 25만원, 키움증권의 목표가는 23만원, KB증권 목표가는 22만원, 대신증권 목표가 22만원, 하이투자증권 22만원, 다올투자증권 24만원 등이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지난 4분기 실적 호조에도 불구하고 2023년 영업이익 전망 상향요인은 제한적”이라면서도 “당장 밸류에이션 판단에 미칠 영향은 없으나, 추가적인 주주친화적 정책이 나온다면 주가에 긍정적일 수 있다는 판단”이라고 말했다.

신윤철 키움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전기차 보조금 차별, 올해 수요 둔화 우려로 침체된 ‘자동차 섹터’의 막힌 혈을 뚫어주는 실적, 가이던스 및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정책을 보여줬다”면서 “목표가를 23만원으로 상향했다”고 밝혔다.

현대차에 대한 주주들의 기대는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회사가 올해 글로벌 시장에 33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세운데다, 전기차 등 친환경차가 높은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구자용 현대차 IR담당 전무는 “올해 현대차의 글로벌 전기차 판매 목표는 전년 대비 54% 증가한 33만대”라고 자신했다. 올해 자사주 소각 등 외에도 주주환원 노력을 지속해나갈 것이라는 발언 역시 주가 부양 기대감을 더하고 있다.

다만 코스피 8위, 시가총액 37조3706억원에 달하는 현대차가 자사주를 1% 규모만 소각한 것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내는 투자자도 있다. 그럼에도 현대차의 주주친화정책 행보에 박수를 보내는 주주들이 더 많다는 점은 주가에도 고무적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