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10월 17~21일) 우리 증시는 잠시 반등했지만, 이내 상승 폭을 모두 반납했다. 미국 증시가 반등함에 따라 코스피지수는 월요일(17일)부터 이틀간 1.68% 상승했다. 제러미 헌트 영국 신임 재무부 장관의 감세안 철회로 영국발 리스크가 완화되며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개선된 영향이다. 하지만 코스피지수는 수요일(19일)부터 3거래일 연속 하락했고, 결국 사흘간 1.64% 떨어지며 2213.12로 거래를 마쳤다.

기관들의 매도세에 국내 증시는 힘을 쓰지 못했다. 기관들은 한 주 동안 6344억원을 순매도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위원들의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발언에 투자 심리가 위축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반면 외국인은 같은 기간 5064억원 순매수하며 다른 행보를 보였다. 이들은 SK하이닉스(000660)삼성전자(005930)를 각각 1250억원, 1000억원 사들였다.

21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연합뉴스

이번 주(10월 24~28일) 코스피지수는 2150~2250의 중립 수준 주가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내부적으로는 레고랜드 사태 발 단기자금 및 회사채 시장 불안의 진정 여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대외적으로는 중국의 실물 경기 지표 발표, 유럽중앙은행(ECB)의 통화정책회의, 미국 물가지표와 주요 기업들의 실적 발표 등이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 레고랜드發 불안…中, 실물경기 지표 발표도 앞둬

지난달 28일 강원도 레고랜드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미상환 사태 이후 단기 자금시장 불안이 회사채 시장 전반으로 일파만파 확산한 상황이다. 이는 증권사와 중소형·지방 건설사측 유동성 우려를 자극했다. 갈 길이 바쁜 국내 증시에 발목을 붙잡은 셈이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정책당국이 심각성을 인지하고, 채안펀드 여유자금 1조6000억원 매입 재개 등의 시장개입을 본격화했다는 점은 사태 진화를 가능하게 할 긍정 요인”이라며 “이후 불안 심리 진정과 투자 심리 회복 여부를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외적으로는 24일 발표되는 9월 중국 실물경기 지표가 중국 거시경제에 대한 힌트를 줄 것으로 보인다. 20차 공산당 대회로 인해 공표가 지연되었던 9월 생산, 고정자산 투자, 소매 판매, 수출입, 3분기 경제성장률(GDP) 등이 발표될 예정이다.

조병현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 거시경제 상황에 대한 우려가 큰 만큼 실물 지표 하락 강도를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며 “향후 정책에도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중국 경기지표 부진은 당대회 이후 중국 정책 모멘텀 강화의 당위성을 제공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제롬 파월(오른쪽)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과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연합뉴스

◇ 긴축 기조 가늠좌…ECB 통화정책회의도 열려

증시를 짓누르는 가장 큰 요인인 통화 긴축 기조를 확인할 수 있는 발표도 다가온다. 유럽중앙은행(ECB)은 오는 27일 통화정책회의를 앞두고 있다. ECB가 기준금리를 0.75%포인트(P) 올릴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지난 9월에 사상 처음으로 ‘자이언트스텝’(한번에 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을 밟은 ECB가 치솟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긴축의 고삐를 조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로이터 통신이 18일 이코노미스트 60여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 대다수는 ECB가 오는 27일 통화정책 회의에서 현재 1.25%와 0.75%인 기준금리와 수신금리를 각각 2.0%와 1.5%로 인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임동민 교보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유로존 헤드라인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전년 대비 10%를 웃돌 것으로 보인다”며 “경기침체와 재정위기가 상존함에도 불구하고, 금리인상을 가속할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28일 발표되는 미국 9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 지표도 긴축 정책에 대한 입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지표다. 안영진 SK증권 연구원은 “최근 연준 위원들의 매파적 발언, 영국 생산자물가지수(PPI) 서프라이즈 등으로 다시 시장의 시선이 긴축정책으로 쏠리고 있다”며 “중요 이벤트와 지표가 발표되는 만큼 주식시장은 이에 대한 경계심을 가지고 관망세를 보일 전망”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미국 3분기 GDP도 발표된다.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했던 상반기와 달리 미국 3분기 GDP는 전 분기 연율 2.2% 내외를 기록하며 양호한 성장 흐름을 보일 전망이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시장 컨센서스대로 3분기 경제성장률이 플러스로 전환할 경우 경기침체에 대한 우려가 다소 완화되며 연준의 공격적 긴축 전망을 강화시킬 수 있다”며 “국채금리의 오름세 및 달러에는 강세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한 트레이더가 개장 후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 애플·메타·코카콜라·쉐브론 등 美 주요 기업 실적 발표

아울러 미국 주요 기업들의 실적 발표도 예정돼있다. 알파벳, 애플, 메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주요 빅테크부터 코카콜라, 맥도날드, 엑슨 모빌, 쉐브론 등 기업들의 실적이 발표된다. 당분간 미국 증시 변동 폭은 주요 기업들의 실적에 따라 좌우될 전망이다. 국내 증시 역시 함께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실적 발표 기업들이 각 업종을 대표하는 주요 종목인 만큼 향후 경기와 소비에 대한 전망, 가격 전가력 및 비용 대응 능력 등을 종합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며 “당장 이번 3분기 실적 결과에 집중하기보다 향후 실적 경로에 대해 어떤 가이던스를 발표하는지 면밀하게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희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지만, 미래에 대한 보수적인 가이던스가 예상돼 시장 상황 반전 기대감을 크게 갖기는 어려울 듯하다”며 “11월 초 예정된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대한 긴장감도 상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