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공모주 광풍이 불면서 상장이 점쳐지는 비상장주식을 미리 사두는 투자 전략이 인기를 끌었다. 상장 전에 매수하고, 상장 후에 팔아 이른바 ‘대박’을 노리겠다는 의도다. 일반청약보다 더 많은 주식을,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는 게 장점이었다.

일러스트=이은현

그간 비상장주식은 금융투자협회에서 운영하는 K-OTC, 장외거래 사이트를 통한 1대 1 거래, 코넥스 거래 등이 대다수였다. 물론 부작용도 뒤따랐다. 비상장주식을 정보 비대칭성이 커 허위 정보를 퍼트리거나 가격을 부풀려 거래하는 게 가능한 탓이다. 적정가격 산정이 어려워 피해사례가 자주 나타나곤 했다.

비상장주식에 투자자 관심이 쏠리자 증권플러스 비상장, 서울거래 비상장 등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도 급격하게 성장했다. 상장주식과 같이 비상장주식을 손쉽게 거래하도록 만든 플랫폼이다. 비상장주식 플랫폼 내에선 비바리퍼블리카(토스), 컬리(마켓컬리), 케이뱅크, 야놀자, 오아시스 등 유망 기업 주식의 거래가 급증했다.

그러나 오는 7월부터는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을 이용한 주식 매매 어려워진다.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에서 주식이 유통되려면 사업보고서 등 공시 서류를 제출한 경우에만 거래할 수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3월 비상장주식 거래를 위한 혁신금융서비스 사업자 지정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가이드라인을 제시한 바 있다.

구체적으로 다음 달부터는 비상장주식을 플랫폼에 유통시키고 싶은 기업은 발행인에 관한 사항, 사업보고서, 감사보고서 등을 공시해야 한다. 이어 공시책임자를 지정하고, 플랫폼 사업자와 연락 체계도 구축해야 한다. 사실상 발행기업 입장에서 굳이 비상장주식 플랫폼에서 주식을 유통해야 할 이점이 없어지는 셈이다.

플랫폼 제공자는 정기 공시서류 미제출, 수시공시 불이행 기업 등을 공표하고, 매매거래정지·등록해제 등 불성실공시법인 지정 기준도 마련해야 한다.

전체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 내 거래되는 기업 중 금융위 제시 조건을 충족하는 기업은 거의 없다. 오는 7월부터 비상장주식 플랫폼 내에서 거래될 수 있는 종목이 크게 줄어들 예정이다. 현재 증권플러스 비상장은 450여 개, 서울거래 비상장은 200여 개 비상장 기업의 주식을 사고팔 수 있다.

다만 전문투자자는 7월 이후에도 비상장주식 플랫폼에서 거래할 수 있다. 만약 일반투자자가 이달 비상장주식을 사둔다면, 7월 이후에는 전문투자자에게만 팔 수 있다. 다만 전문투자자끼리 비상장주식 거래가 뜸해진다면, 보유 물량을 소화하는 과정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

그간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은 진입장벽을 낮춰 투자자 저변 확대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7월 이후에는 비상장주식이 다시 기관, 고액자산가 투자 영역으로 돌아가게 된다. 관심 있는 비상장주식이 있다면 6월이 막차일지도 모른다. 옥석 가리기는 투자자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