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의 대표적인 수혜주로 불렸던 미국 여행주가 줄줄이 하락세다. 지난 2년간 누적된 여행에 대한 욕구는 들끓고 있지만, 최근 물가 상승과 인력 부족으로 치솟은 여행 비용이 여행 수요 분출의 걸림돌로 작용한 탓이다.

14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와 나스닥거래소에 따르면 익스피디아(-14.18%), 부킹닷컴을 운영하는 부킹홀딩스(-11.27%), 트립어드바이저(-12.64%), 에어비앤비(-10.18%) 등 여행 관련 기술주부터 델타 항공(-12.18%), 보잉(-9.61%) 등 항공업종까지 10개 종목의 주가는 이달 들어 지난 2일부터 10일(현지시각)까지 모두 하락했다. 20%가 넘게 하락한 종목도 있다.

카니발(-21.41%), 로얄캐리비안(-20.78%) 등 크루즈 여행 기업이 낙폭이 가장 컸다. 두 기업 모두 20% 이상 주가가 하락했다. 시저스엔터테인먼트(-12.28%), 라스베가스샌즈(-5.71%) 등 카지노주도 마찬가지다. 같은 기간 다우존스 미국 여행지수(US Travel & Tourism Index)도 9.91% 하락했다.

그래픽=손민균

여행주 하락의 가장 큰 이유는 항공운임과 숙박비 등 여행 비용이 급등하면서 계획했던 여행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미국 교통안전국에 따르면 올해 6월부터 8월까지 항공운임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7%, 2019년 6~8월보다는 34%가량 상승할 전망이다. 올해 4월 호텔 숙박비 평균도 1박에 149.90달러로, 2020년(73.32달러)의 두 배가 넘는다.

비용 부담에 여행을 포기하는 미국인들도 늘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딜로이트가 지난 5월 발표한 ‘딜로이트 2022년 여름 여행 조사’에 따르면 40%의 미국인이 올해 여름 여행을 가지 않겠다고 응답했고, 여행 포기의 가장 큰 이유로 ‘경제적 부담’을 꼽았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한 올해 여행 예산 규모에 대해서도 28%가 ‘2019년에 비해 현저하게 늘었다’고 답했고, 예산이 증가한 가장 큰 이유로 ‘여행 비용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항공사, 호텔 등 여행업계가 급증한 여행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지난 2년간 비용 감축을 위해 실시한 대규모 구조조정 탓에 극심한 인력부족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항공편 추적사이트 플라이트어웨어(FlightAware)에 따르면 지난 11일에 취소된 항공편만 829편에 달한다. 지연된 항공편도 8363편이다. 아메리칸항공은 최근 일부 단거리 항공 노선을 버스노선으로 대체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미국 노동통계청은 지난 5월 레저·접객 등 여행 관련 산업의 일자리는 전달보다 8만4000개 증가했지만 이는 여전히 2020년 2월에 비해 7.9%(130만개) 적은 수치라고 밝혔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미국 여행 관련주의 반등을 기대할만한 모멘텀이 있다는 의견도 있다. 심지현 신한금융투자 책임연구원은 “금리나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발 이슈 등 거시적 요소에 따라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여행에 대한 수요가 부분적으로는 아직 팬데믹 이전 수준에 미치지 못했고 앞으로 수요가 계속 증가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반면 급증하는 여행 수요에도 여행 관련주 매수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CNN에 따르면 미국 여론조사기관인 모닝컨설트는 지난 5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강하게 억눌린 수요가 있지만 항공권과 호텔가격이 계속 치솟는다면 여행 부분의 지출이 줄어들 수 있다”고 예측했다. 크리스토퍼 라이트 서드브릿지 수석 애널리스트는 “항공사의 매출이 늘어도 임금과 유류비 압박이 전체 산업의 이익이 늘어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의 의견은 갈리지만 분명한 것은 2년 만에 전세계 하늘길이 열린다는 것이다.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는 지금 미국 여행 관련 기업들의 주가에 관심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