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외 신재생에너지 테마가 다시 부상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신재생에너지로 전환이 빨라질 것이라는 전망이 앞다퉈 제기되는 탓이다. 신재생에너지 중에서도 태양광 관련 주식의 경우 수요 증가에 실적 개선 기대까지 맞물리며 강세가 두드러졌다.

미국 캘리포니아 비컨 카운티 태양광 발전소. /한화솔루션 제공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대표 태양광 관련주로 꼽히는 한화솔루션(009830)은 지난 5월 2일부터 이달 3일까지 한 달 동안 25% 상승했다. 같은 기간 OCI(456040)는 25.1% 상승했다. 한화솔루션의 태양광 부문 한화큐셀은 셀과 모듈을, OCI는 태양광 패널의 원료인 폴리실리콘을 생산한다.

현대중공업그룹의 태양광 모듈 전문업체인 현대에너지솔루션은 60% 넘게 급등했다. 연초 대비 수익률은 68.2% 수준이다. 코스닥 상장사 SDN(099220)의 경우 지난 한 달 동안 48.9% 상승했다. SDN은 태양광 발전 사업자, 시스템 공급업체를 대상으로 태양광 발전 시스템, 태양전지판 등을 판매한다.

유럽에서 신재생에너지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신재생에너지 테마 주가를 끌어올렸다. 유럽연합(EU)은 러시아산 화석에너지 의존도를 낮추고 태양광을 중심으로 한 에너지 자립에 나섰다. 하반기부터는 태양광 관련 기업들의 실적 개선이 본격화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앞서 EU 집행위원회는 지난달 18일(현지 시각) 신재생에너지 사용 확대를 골자로 한 ‘리파워EU 정책’(REPowerEU)을 발표했다. 오는 2025년까지 태양광 설치량을 2배로 늘리고, 2030년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은 기존에 계획된 40%에서 45%로 늘리겠다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에너지 안보 이슈가 부상하면서, 태양광 발전은 에너지독립의 수단으로 전략적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이번 리파워 정책은 사실상 유럽이 오는 2027년까지 러시아산 화석 에너지 의존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서는 전 세계적으로 태양광 설치량 확대 움직임이 나타나면서, 관련 기업들의 수익성도 점차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해 글로벌 태양광 설치량은 185GW(기가와트)로 한 해 전보다 30% 가까이 증가했다. 오는 2030년에는 그 규모가 334GW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됐다.

이진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한화솔루션의 태양광 부문은 시장이 예상하는 것보다 빠르게 흑자로 돌아설 것”이라며 “에너지 안보 이슈로 신재생에너지 전환이 빨라지고, 셀 및 모듈 가격 인상이 전망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원재료인 폴리실리콘 및 웨이퍼 가격 인상분을 전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도 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테마 강세가 두드러졌다. 지난 한 달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ETF는 신한자산운용의 SOL차이나태양광CSI(합성)로 약 23.8% 올랐다. TIGER차이나클린에너지SOLACTIVE는 16.9% 상승했고, TIGERFn신재생에너지와 KBSTAR글로벌클린에너지S&P는 각각 12.8%, 8.3% 뛰었다.

미국 증시에서 신재생에너지 테마도 들썩이는 상황이다. 최근 한 달 동안 미국의 태양광 기업 엔페이즈 에너지는 37.5% 상승했고, 솔라엣지 테크놀로지스는 36.2% 급등했다. 3대 신재생에너지 ETF인 아이쉐어즈글로벌클린에너지(ICLN), 퍼스트트러스트나스닥클린엣지클린에너지(QCLN)은 18.5% 올랐고, 인베스코와일더힐클린에너지(PBW)는 17.1% 올랐다.

한편, 유럽에 이어 미국 내 태양광 수요도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지난 5일(현지 시각) 미국 정부는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태국, 베트남 등 동남아 4개국의 수입 태양광 패널에 대해 향후 24개월 동안 관세 부과를 유예한다고 발표했다. 태양광 설치량을 늘리기 위한 조치다.

전혜영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당초 미 상무부는 동남아 4개국을 통해 미국으로 중국 태양광 제품을 우회 수출하는 업체에 추가 관세 부과를 검토 중이었다”며 “관세 부과 리스크로 대규모 프로젝트들이 취소되고, 지연되면서 신규 태양광 설치량이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가 사라져 태양광 밸류체인에 대한 재평가가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