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연수원 부원장(검사장)이 윤석열 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되면서 주식시장에선 관련주로 묶이는 일부 종목 주가가 들썩이고 있다. 올해 대통령 선거를 전후로 쏟아진 정치 테마주와 마찬가지로 당사자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투자에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시장에선 부방(014470),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950210), 오파스넷(173130), 토비스(051360) 등은 연일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많게는 일주일 만에 주가가 30% 이상 상승했는데, 대부분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를 임명한 13일을 기점으로 변동성을 키우기 시작했다.
개인투자자들의 관심은 올해 3월 대선이 끝나자 새로운 정치 테마주로 옮겨가는 상황이다. 윤석열, 이재명, 안철수 테마주로 분류됐던 종목은 대선이 끝나면서 주가가 하락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장관 후보자, 대통령 집무실 이전, 6월 지방선거 등이 새로운 정치 테마주 연이어 등장했다.
한 후보자 테마주가 대표적이다. 부방은 한 후보자가 임명된 13일부터 18일까지 4거래일 연속 상승했다. 이 기간 주가 상승률은 34.5% 수준이다. 19일에는 소폭 반락했지만, 전날까지 주가는 30% 넘게 올랐다. 부방은 사외이사가 한 후보자와 서울대, 미국 컬럼비아 로스쿨 등 같은 학교를 졸업했고, 사법연수원 기수가 각각 26기, 27기로 비슷하다는 이유로 테마주로 엮였다.
오파스넷은 13일부터 20일까지 주가가 27.2% 뛰었다. 지난달 30일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로 재선임된 신동훈 성균관대 로스쿨 교수가 한 후보자와 연수원 동기로 알려지면서다. 18일 장중에는 주가가 5500원까지 치솟기도 했는데, 후보자 발표 하루 전날인 12일 종가(4010원)와 비교하면 37.2% 높은 수준이다.
일부 투자자는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950210), 토비스(051360) 등을 한 후보자 테마주로 꼽기도 했다. 회사 관계자가 한 후보자와 단순히 이력이 겹친다는 이유에서다. 다른 종목에 비해 주가 등락폭은 작은 편이지만, 온라인 종목 토론방에는 ‘청문회 끝나면 날아간다’ ‘감사가 한동훈과 사시, 연수원 동기니 잘 봐둬라’ 등 글이 올라왔다.
한 후보자 테마주로 엮인 종목의 거래량도 주가 상승 기간 급증했다. 이달 들어 12일까지만 해도 수천만 원 수준이던 부방의 개인 순매수 금액은 13일부터 억 단위로 뛰었다. 13일부터 20일까지 개인은 부방 주식 7억2620억원어치를 사들였다. 토비스(12억4057만원),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7억6293억원), 오파스넷(1억1287억원)도 순매수했다.
정작 해당 기업들은 한 후보자와 직접적인 연관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부방 관계자는 “한 후보자 테마주로 분류되는 상황에 대해 회사 쪽에서 특별히 인지하고 있다거나, 대응에 나설 계획이 없다”며 “최근 언론 등에서 언급된 사안 외에는 알고 있는 바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시장 안팎에선 기업 실적 등 펀더멘털과 무관하게 움직이는 정치 테마주 투자에 유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꾸준히 나오고 있다. 높은 변동성, 불공정거래에 따른 피해가 자주 발생하는 탓이다. 올해 들어서는 지난해보다 시장이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면서 단기간에 높은 차익을 낼 수 있는 테마주 등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것으로 풀이됐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과거부터 이상 급등하고 폭락한 정치 테마주에 투자하고 손실을 본 투자자는 대부분 개인이었다”고 했다. 이어 “추종매수에 나서는 개인을 타깃하는 불공정거래도 자주 발생한다”며 “상한가 굳히기, 허수호가 제출 등을 통해 인위적으로 시가를 만들어내는 식이었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선을 앞두고 윤석열 테마주로 분류됐던 덕성우(004835)는 지난달 3일 기록한 고점 2만4600원에서 이달 18일에는 1만550원으로 약 57% 하락했다. 같은 날 종가 기준 NE능률(053290)과 노루홀딩스우(000325)는 각각 올해 장중 고점 대비 54.9%, 45.7% 하락했다. 안철수 테마주로 꼽혀왔던 써니전자(004770) 역시 올해 장중 고점보다 39.5%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