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금 상장지수펀드(ETF)에서 돈이 빠져나가고 있다. 연초 이후 금값이 고공 행진하면서 금 ETF의 수익률도 덩달아 뛰자 지난달부터 수익 실현에 나서는 투자자들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2018년 11월 22일(현지 시각) 러시아의 한 금속 공장에서 99.99% 순도의 금괴가 만들어지고 있다. /로이터통신

20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18일 기준 국내 금 펀드 총 12개(ETF 포함, 설정액 10억원 이상 재투자분 포함)는 연초 이후 11%, 1개월간 4%대 수익률을 기록했다. 올 들어 설정액이 975억원 감소했다. 이중 최근 1개월 동안 305억원이 줄었다.

국내 대표 금 ETF인 ‘삼성KODEX골드선물특별자산상장지수투자신탁(금-파생형)’은 최근 1개월에만 순자산 80억원이 급격히 빠져나갔다. 이 ETF에서는 연초 이후 360억원이 줄었다. 삼성자산운용의 관계자는 “금값이 고공 행진을 하면서 수익 실현에 나선 이들이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금 펀드는 보통 중장기적으로 투자하는 이들이 많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010년에 출시된 이 ETF는 현재 순자산이 2023억원에 달한다. 미국상품거래소(COMEX)에 상장돼 있는 골드 선물의 최근 월물 가격을 연동해 움직이며 달러화에 대한 원화 변동에 대한 환 헷지를 반영한다. 스탠다드&푸어스에서 발표하는 ‘S&P GSCI Gold Index Total Return’을 기초지수로 한다.

이 외에도 최근 한달간 또 다른 금 선물 ETF인 ‘미래에셋TIGER골드선물특별자산상장지수투자신탁(금-파생형)’에서 순자산이 35억원이 줄어들었다. 일반 금 펀드 중에서는 ‘하이월드골드증권자투자신탁(주식-재간접형)’에서 47억원이 빠져나가며 가장 눈에 띄었다.

하이자산운용의 관계자는 “연초 이후 원자재 펀드 수익률이 좋아지면서 금 펀드 역시 수익 실현에 나서는 수요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 펀드는 캐나다 금광 기업에 50% 이상을 포함해 유럽·미국·호주 등 해외 금광업 관련 주식에 주로 투자한다. 자산 총액의 최대 100%까지 블랙록 글로벌 펀드(BGF)에 속한 하위 펀드인 ‘BGF 월드 골드 펀드’의 집합투자증권에 투자하는 모투자신탁에 신탁재산의 대부분을 투자한다. ‘FTSE Gold Mines Index’를 벤치마크로 한다.

‘안전 자산’인 금값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인플레이션 우려, 글로벌 성장 리스크 등으로 최근 2년 만에 ‘최고의 1분기’를 보냈다.

지난 1일(현지 시각)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싱가포르에서 현물 금 가격은 온스당 1939달러 수준을 기록하며 올 1분기에만 5.9% 올랐다. 지난 2020년 6월 30일에 끝난 3개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상승했다. 금 ETF에는 2016년 이후 가장 많은 월별 유입이 이뤄졌다. 이후 최근까지 금 가격은 온스당 1980달러대로 올랐다.

반면 최근 글로벌 금 ETF에는 유럽계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인도와 러시아 등 최대 금 보유 국가들이 외환보유고 중 금 보유량을 늘리고 곧 인도의 결혼 시즌이 시작되며 글로벌 금 수요가 많아지고 금값도 더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하나금융투자의 전규연 연구원은 “한동안 지지부진했던 금 ETF로의 자금 유입이 3월부터 본격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면서 “유럽 주식 시장에서 이탈한 자금이 금 매입으로 이어졌을 개연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하나금융투자가 3월 월간 금 수익률을 거시 변수별 기여도로 분석해본 결과,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불확실성으로 수익률이 오르고 실질 금리 상승으로 인한 기회 비용으로 수익률이 떨어졌다. 전 연구원은 “2분기에는 금리 인상 이슈가 더 반영되면서 금값이 온스당 1850~2050달러 수준에서 움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