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증권과 카카오페이증권의 신경전이 격화하는 가운데 중장기적인 사업 방향성이 점차 명확하게 갈릴 것으로 예상됐다. 당장은 비슷한 서비스를 앞다퉈 출시하고 있지만, 토스증권이 리테일(주식 위탁매매)에 집중하는 반면 카카오페이증권은 리테일뿐 아니라 법인 대상의 홀세일(기관투자자 대상 영업), 기업금융(IB) 등을 함께 키우겠다는 계획이다.

/토스증권 제공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토스증권은 이달 중 해외 소수점거래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앞서 카카오페이증권은 지난달 말 해외주식 소수점거래 서비스를 개시했다. 토스증권은 소수점 주식을 온주(1주)로 모으는 과정을 생략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기존 증권사, 카카오페이증권과의 차별화를 강조했다.

해외 소수점거래 외에도 두 회사가 점유율 경쟁을 하는 분야는 많다. 토스와 카카오페이증권 모두 기존 증권사와 달리 직관적이고 기능이 간소화된 모바일트레이딩시시스템(MTS)을 앞세우고 있다. 토스증권은 지난해 3월 MTS를 출시했고, 카카오페이증권은 올해 2월 MTS 서비스를 시작했다. 수수료는 국내 최저 수준 0.015%로 동일하다.

MTS 신규 이용자를 유치하거나, 기존 이용자 수요를 고려해 출시하는 서비스도 비슷하다는 평가다. 최근 카카오페이증권이 출범 2주년 간담회를 통해 올해 2분기에 선보이겠다고 한 ‘주식 선물하기’도 토스증권에서 이미 제공하고 있는 서비스다. 카카오페이증권은 10분 이내에 주식을 주고 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토스증권과 카카오페이증권의 주식 선물하기 서비스는 키움증권 등 다른 증권사에서도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하지만 다른 증권사에서는 주식을 양도(선물) 받았다는 사실을 주식이 실제 입고된 2거래일 후에야 알 수 있다. 양사는 주식 선물하기 서비스를 이용해 실시간으로 양도된 사실을 상대방에게 알려주는 시스템을 구축해 투자자의 편의성을 높였다.

토스 관계자는 “기존에는 주식을 선물하더라도 상대방이 받기까지 시간이 걸려서 선물하기라는 의미가 퇴색되는 측면이 있었다”며 “실제 결제가 돼서 계좌에 입고되는 데는 이틀이 걸리더라도 애플리케이션(앱) 내에서 선물한 주식이 양도됐다는 건 즉시 이뤄질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토스증권과 카카오페이증권이 내놓는 서비스는 비슷하다. 그러나 토스증권은 리테일 영업에 집중할 계획이고 카카오페이증권은 IB와 홀세일 영업,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 기업·부동산금융 분야에도 적극 도전할 계획이어서 중장기적으로는 전혀 다른 증권회사가 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전략의 차이는 양사의 영업지원 부서인 리서치 운영 방식에서도 드러난다. 토스증권은 리서치 인력을 이용해 MZ세대를 비롯한 이른바 주린이(주식+어린이)로 불리는 주식 입문자들도 이해하기 쉬운 투자 정보를 제공할 계획이다. 리테일 고객 확보를 위한 포석이다.

반면 카카오페이증권의 경우 리서치 인력을 홀세일 사업의 법인 영업을 지원하는 조직으로 운영해왔다. 현재는 홀세일 사업 지원을 강화하기 위한 조직 구조개편 작업도 진행 중이다.

증권가에서는 중소형 증권사도 카카오페이증권의 전략처럼 리테일뿐 아니라 IB 등의 분야로 외연을 확대하는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의견이 많다. 키움증권처럼 사업 영역이 리테일에만 치중되면 증시 상황이 안 좋으면 수익성이 더 큰 타격을 받을 수 있어서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난 2년 동안은 브로커리지와 트레이딩이 호황을 누렸기 때문에 IB 위축을 감내할 수 있었지만 연초 이후 증시 부진이 심화되면서 IB 역할이 부각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IB가 증권업 실적과 주가를 재평가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분위기는 리테일 영업을 주로 해왔던 키움증권에서도 감지된다. 최근 키움증권은 수익성 개선을 위해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그동안은 리테일만 집중 공략해왔지만, 최근에는 대기업 거래, 기업공개(IPO)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IB를 키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