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373220) 상장 이후 한 달 동안 국내 2차전지주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을 비롯해 삼성SDI(006400), SK온 모회사 SK이노베이션(096770) 등 셀 업체들은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는 가운데, 에코프로비엠(247540), 엘앤에프(066970), 천보(278280) 등 소재업체들은 약진했다.

LG에너지솔루션 대전연구원./LG에너지솔루션 제공

2일 LG에너지솔루션은 2만2000원(5.34%) 상승한 43만4000원 거래를 마쳤다. 올해 1월 27일 코스피에 입성한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달 7일 54만8000원까지 상승하기도 했지만, 이후 낙폭을 키웠다. 이날 주가는 상승했지만 지난달 한 달 기준 주가는 13.6% 하락했고, 시가총액은 15조원 이상 증발했다.

이날 삼성SDI는 1000원(0.18%) 하락한 54만7000원, SK이노베이션은 7000원(3.49%) 오른 20만7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삼성SDI는 지난 한 달 동안 6.2% 떨어졌고, SK이노베이션은 8.2% 내렸다. 이 기간 두 회사 시총은 각각 2조4755억원, 1조6644억원이 줄었다.

연초 이후 국내외 2차전지 밸류체인이 전반적으로 약세를 보인 가운데 유독 국내 기업 주가가 큰 폭으로 조정을 받았다. LG에너지솔루션 상장으로 인한 수급 변동성, 에코프로비엠(247540) 악재 등 내부적인 이슈가 미국 긴축 우려, 러시아·우크라이나 갈등과 맞물리며 낙폭을 키운 것으로 풀이됐다.

특히 LG에너지솔루션은 의무보유확약으로 묶여있던 기관투자자의 물량 일부(175만471주)에 대한 보호예수가 해제돼 시장에 풀리면서 낙폭을 더 확대했다. 지난달 28일 LG에너지솔루션 종가(41만2000원)와 장중 저가(40만4000원) 모두 상장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하지만 코스닥 2차전지 대장주인 에코프로비엠은 각종 악재에도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이노베이션보다 양호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올해 1월 말부터 지난달 초까지만 해도 내부 악재로 휘청이던 에코프로비엠은 이후 낙폭을 모두 회복했다. 지난달 주가 상승률은 10.7%, 시총은 약 8297억원이 늘었다.

앞서 증권가에서는 에코프로비엠 주가 조정이 과도한 만큼 저가매수에 나서야 할 때라고 분석했다. 전반적인 업황 자체가 부진하고, 각종 악재가 쌓였음에도 불구하고 회사가 견고한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올해 1분기 실적도 양호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김광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최근 중장기 성장 계획을 통해 시장 우려와 달리 고객사들과 협력에 문제가 없다는 점을 재확인시켜줬다”며 “증설 계획이 상향 조정된 것은 고객사 필요량이 증가했고, 고객사에 에코프로비엠이 여전히 중요한 벤더라는 사실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에코프로비엠 외에 엘앤에프, 천보도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지난달 엘앤에프는 9.1%, 천보는 4.2% 상승했고, 시총은 각각 5639억원 ,1150억원이 증가했다. 이날도 엘앤에프는 7500원(3.85%) 오른 20만2500원, 천보는 8900원(3.14%) 상승한 29만1900원에 마감하며 코스닥지수 상승을 주도했다.

더욱이 2차전지 소재 기업들의 경우 지금처럼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인한 수혜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미 높은 수요를 바탕으로 좋은 실적을 기록하는 상황에 원재료 가격 상승이 판가에 반영되면 성장성이 더 두드러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한편 올해 2분기 중반부터는 국내 셀업체와 소재업체 모두 상승 흐름을 기대해볼 수 있다는 전망이다. 테슬라의 차세대 배터리 셀 4680 양산 소식과 북미 지역 내 하반기 픽업트럽 판매를 위한 양산 기대감 등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다만 장정훈 삼성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인 관점에서는 업황 자체가 비수기이기 때문에 밸류에이션 부담이 상대적으로 적고, 원재료 가격 전가가 용이한 기업이나 고객사의 가격 압박에서 상대적으로 협상력이 높은 기업 위주로 선별해서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