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자산 시장에서 투자자를 대상으로 코인을 무료로 나눠주는 이른바 ‘에어드랍’ 이후 가격이 급등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하는 가운데 실체 없는 가치 부풀리기에 유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에어드랍을 활용한 불공정거래 등과 관련해 보다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마련돼야 할 필요성도 제기됐다.
에어드랍은 코인 발행 주체가 불특정 다수에게 특정 조건을 걸고 무료로 코인을 나눠주는 이벤트다. 일정 기간, 규모로 코인을 보유 또는 거래하면 새로운 코인을 지급하는 식이다. 실제 기업 가치에는 변화가 없지만, 회계장부에서 잉여금을 자본금으로 기재하는 주식시장의 무상증자와 유사한 측면이 있다.
16일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날까지 진행됐고, 진행 중인 에어드랍 이벤트는 모두 14번이다. 코인 상장(ICO)과 동시에 투자자와 거래량을 확보하기 위해 진행된 에어드랍이 아닌 이미 상장된 코인을 대상으로 실시된 에어드랍은 10번이다.
이때 대부분 코인은 에어드랍 계획이 공지되고, 에어드랍이 진행되는 기간에 공교롭게 가격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상승률은 12% 수준이다. 코인 개수가 증가하면 개별 코인 가치는 떨어져야 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주식시장 무상증자처럼 테마성으로 유입되는 수요가 가격을 끌어올렸다는 관측이 있다.
특히 올해 들어 지지부진했던 위메이드 게임 코인 위믹스(WEMIX)는 지난달 11일~12일 이틀 동안 68%가량 급등했다. 에어드랍 계획이 공지된 직후였는데 11일 오후 3시쯤부터 이튿날 오후 4시까지 위믹스를 100만원 이상 거래한 회원에게 1만개를 나눠서 지급한다는 내용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됐다.
문제는 코인 가격이 에어드랍이 유효한 시점이 지나면 다시 하향 곡선을 그렸다. 위믹스는 지난달 12일 이후 4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상승폭을 20% 넘게 반납했다. 지난해 솔라나는 에어드랍이 진행되는 11월 15% 올랐지만, 에어드랍이 종료된 12월에는 20% 가까이 빠졌다. 당시 솔라나는 11월 한 달 동안 코인을 보유하거나 매수한 투자자를 대상으로 에어드랍을 진행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코인 에어드랍을 단순히 호재로 보고 뛰어드는 것은 유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상장사의 무상증자도 실제 기업 가치나 수익성에 변화를 주는 부분은 아니기 때문에 신중히 접근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코인과 비교하면 상법의 테두리 안에 들어와 있기 때문에 문제의 소지가 덜하다는 지적도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무상증자를 선물처럼 포장하거나, 투자자들이 테마주로 접근하는 건 자제해야겠지만, 상법상 허용되는 제도이고 주주환원 차원에서 긍정적 효과가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하지만 에어드랍은 코인 발행사가 가격 부양을 위해 자의적으로 이벤트에 나설 가능성을 차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도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무상증자는 기업이라는 유형의 실체가 있는 것에 대해 이뤄지지만, 코인은 기업과 같은 실체가 있는 게 아니다”라며 “에어드랍 효과를 활용해 코인 가격을 의도적으로 띄우는 경우가 있을 수 있는 만큼 유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주식시장 무상증자와 달리 가상자산 시장에서는 에어드랍을 위해 코인 발행사가 충족해야 하는 정해진 가이드라인이 없다. 그나마 거래소에서 발행사의 목적, 기존 가격과 거래량 등을 고려해 에어드랍이 가능한지 여부를 판단하긴 하지만, 사실상 조언에 가깝다는 게 관계자들 설명이다.
한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에어드랍은) 코인을 발행하는 주체의 마케팅적 성격이 강하다”며 “코인 발행사나 재단에서 에어드랍을 원할 때 중간 관리자 차원에서 거래소가 가능 여부를 검토하고, 조언하긴 하지만 직접적으로 관여할 수 있다는 규정이 있는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무상증자처럼 에어드랍을 이용한 코인 발행사와 이해관계자의 불공정거래를 차단하기 위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당장은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 등을 기반으로 부정거래, 이상거래가 간주되면 지급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거래소 측 안내가 전부다.
또 다른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결국 에어드랍도 코인을 발행하는 행위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며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가상자산 발행 관련한 법 자체가 없어서 에어드랍은 물론 여기에서 파생된 거래에 대한 요건이나 기준이 나오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