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현지 시각) 세계 최대 자동차업체 도요타는 “2030년까지 30개 종의 전기차를 출시할 것”이라며 “이를 위해 8조엔(약 83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당초 2025년까지 15개 종의 전기차를 만들겠다던 목표를 뛰어넘은 파격 발표였다.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 사장은 “앞으로 연간 350만 대의 전기차 판매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도요타의 고급 브랜드인 렉서스는 2035년부터 배터리 전기차만 판매한다는 발언도 있었다.

당초 도요타는 2025년까지 15개 종의 전기차를 만들겠다면서, 2030년까지는 연간 200만 대 판매 실적을 이뤄내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이 계획을 불과 몇 개월 만에 대폭 상향 조정했다.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 사장이 14일 탄소중립을 위한 배터리 전기차 전략을 발표하고 있다./도요타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은 도요타의 전기차 시장 진출 선언이 테슬라가 점령하고 있던 전기차 시장에 어떤 바람을 불러올지 주목하고 있다. 다쓰오 요시다 블룸버그 애널리스트는 “도요타가 오는 2030년까지 9년 동안 전기차 생산 가속을 위해 4조엔을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것은 테슬라에 도전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2021년의 트렌드는 전기차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전기차 관련 기업이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덩달아 전기차에 탑재되는 배터리 관련 기업의 인기도 급부상했다.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는 테슬라는 올해 3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지난해보다 각각 57%, 148% 증가하는 성과를 보였다.

이런 상황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8일(현지 시각) 2035년부터는 미 연방정부의 수송기기가 모두 전기차로 전환된다는 내용 등이 담긴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하자, 전기차에 비교적 보수적이었던 도요타까지 전기차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으로 풀이된다.

도요타의 전기차 개발 계획을 구체적으로 보면 2030년까지 배터리 전기차(BEV)와 하이브리드(HEV), 수소연료전지차(FCEV) 등 전동화 부문에 관한 연구·개발(R&D) 및 설비투자에 8조엔(약 83조원)을 투입해 연간 전기차 판매 350만대 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다.

또 전고체 배터리를 포함한 배터리 개발에도 2조엔(약 20조8000억원)을 투입한다고 했다. 다음주에는 미국의 노스캐롤라이나에 있는 자동차 배터리 제조공장에도 12억9000만달러(1조5320억원)를 투자한다.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일부 투자자들은 도요타가 전기차 부문에서 현재는 폭스바겐과 제너럴 모터스(GM) 등에 뒤쳐지고 있지만, 미래가 어마어마할 수 있다는 평가를 했다. CLSA의 수석 자동차 분석가인 크리스토퍼 리히터는 “도요타는 그들이 할 수 있다고 믿고, 하고 싶어하지 않는 이상 이런 발표를 하지 않는다”면서 도요타의 전기차 전환 노력에 주목했다.

도요타가 전기차 전환에 대한 대대적인 발표를 하자, 다음날인 15일 도요타의 주가는 3.6% 오른 2118엔을 기록했다. 11월부터 12월 14일까지 국내 개인 투자자가 순매수한 도요타 주식은 37만달러 수준으로, 일본 시장의 순매수 규모 16위를 차지했다.

아키오 도요타 사장은 “지금까지는 도요타가 전기차에 대해 관심이 없었지만, 이제는 전기차 미래에 대해 (역량을)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1위 자동차 업체인 도요타가 전기차 시장 진출에 대한 적극적인 포부를 밝힌 가운데, 현재 전기차 시장을 리드하고 있는 테슬라를 앞지를 수 있을지 업계가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한편, 올해 주가가 50% 가까이 급등하는 등 역사적인 한 해를 보낸 테슬라는 내년 전망도 좋게 평가되고 있다.

박연주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2022년 테슬라의 판매량 전망치는 130만대~140만대 수준이지만 이는 현재 생산 설비만으로 달성 가능하다”면서 “베를린, 텍사스 공장 가동 시에는 판매량이 더 늘 것”이라고 평가했다.

박 연구원은 테슬라가 도입한 도조 컴퓨터가 자율주행 상용화에서도 앞서나갈 것이라며 테슬라의 목표 주가를 1466달러로 제시했다. 15일 기준 테슬라의 종가는 전날보다 1.82% 오른 975.99달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