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CNN,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에서 미국 ‘러셀 2000 벤치마크 지수’의 하락이 화제가 됐다. 러셀 2000 벤치마크 지수는 중소형주로 구성된 지수인데 대부분 미국의 내수 시장을 중심으로 사업을 하는 기업들이 이 지수에 포함돼 있다. 고무 재질로 만들어진 크록스(Crocs) 신발, 창고형 마트인 BJ 홀세일 클럽(BJ’s Wholesale Clubs), 프랜차이즈 식당인 치즈케이크 팩토리(The Cheesecake Factory) 등이 이 지수에 포함된 기업들이다.

'크록스 컬러라이트 클로그'

러셀 2000 벤치마크 지수는 지난 3일(이하 현지 시각) 2159.31(이하 종가 기준)을 기록했다. 1개월여 전인 11월 8일 2442.74를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283.43포인트(P)(11.6%)가 급락한 상태다. 오미크론 확산과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테이퍼링 및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로 미국 내수경제가 향후 어떻게 악화할지를 알 수 없는 상황으로 가고 있는데 이를 반영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7일에는 2253.79까지 지수가 회복된 상태다.

외신들이 이런 내수 중심의 중소형 기업들, 그리고 이런 기업들의 주가를 보여주는 러셀 2000 벤치마크 지수에 주목하는 이유는 이 기업들의 주가가 미국의 향후 경제 상황을 가장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국내 투자자들은 주로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이나 페이스북(메타), 테슬라,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들에 관심을 갖고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런 대형 기술 기업들은 세계 각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고 한국뿐 아니라 각국 투자자들이 자금을 투자하기 때문에 미국의 경제 상황을 제대로 보여주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미국뿐 아니라 다른 나라의 사업현황과 투자자들의 투자금 집행에 따라 주가가 크게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반면에 내수 중심의 기업들은 이런 해외의 영향이 거의 없다. 미국 내 사업이 전체 기업의 매출이나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이기 때문이다. 미국 경기의 바로미터이자 가늠자로 중소형 기업의 주가를 쳐다보면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유력 언론들이 러셀 2000 벤치마크 지수를 관심있게 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리즈 안 손더스(Liz Ann Sonders) 찰스 슈왑 수석 투자전략가는 “양파 껍질을 한꺼풀 벗기면 그 다음에 더 가혹한 악순환이 (중소형주) 주가에 이어지고 있다”라고 최근의 러셀 2000 벤치마크 지수의 하락에 대해 우려했다.

미국 중소형주 주가가 보여주듯 내년도 미국 경제의 상황은 녹록지 않을 전망이다. 지난 5일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내년 미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4.2%에서 3.8%로 하향 조정하기도 했다. 골드만삭스는 성장률 하향 조정과 관련해 오미크론 변이로 인한 리스크와 불확실성을 주된 이유로 꼽았다.

국내 투자자들이 많은 금액을 투자하는 기업들은 아니지만 내년 미국 경제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선 구글이나 테슬라 주가보다는 크록스나 치즈케이크 팩토리 주가, 또는 러셀 2000 벤치마크 지수를 들여다봐야만 할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