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현지 시각)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은 “내년 1월 19일부터 영국에서 발급한 비자카드의 신용카드 거래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단, 아마존은 비자가 발급한 직불카드는 계속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블룸버그 통신 등 외신은 이번 조치의 이유를 비자의 높은 온라인 거래 환전 수수료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비자가 올해 초 영국과 유럽연합(EU) 간 온라인 거래를 하는 가맹점에 신용카드는 1.5%, 직불카드는 1.15%의 추가 수수료를 부과하기 시작했는데 이에 대한 대응으로 아마존이 거래를 중단시켰다는 것이다.

비자는 EU 국가 사이에는 수수료 상한선이 있다. 그러나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이후 영국이 이를 적용받지 않게 되면서 결제업체가 마음대로 수수료를 올릴 수 있게 됐다.

아마존은 “결제 수수료는 최선의 가격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는 기업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라며 “수수료는 기술 발전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낮아져야 하지만, 높은 수준을 유지하거나 도리어 상승했다”고 비판했다.

아마존이 비자카드 결제를 거부한 것이 세계 최대의 글로벌 카드 결제사인 비자에 의존하는 시스템에서 벗어나 자체 결제 플랫폼으로 고객들을 더 많이 유입시키기 위한 포석이라는 이야기도 있다.

아마존은 결제 플랫폼인 어펌과 제휴를 맺고 지난 9월부터 미국에서 선구매 후결제(BNPL) 서비스를 시작했다. BNPL 서비스는 별도의 카드 발급을 하지 않고도 애플리케이션(앱)만 내려받으면 이용할 수 있다.

아마존의 갑작스런 조치에 세계 최대 결제회사인 비자의 주가는 급락했다. 16일 215.18달러(이하 종가 기준)이던 비자의 주가는 19일 200.86달러까지 하락했다. 3거래일만에 14.32달러(6.6%)가 내렸다. 22일에는 195.58달러까지 주가가 하락했다. 지난 7월 27일 장중 251.88달러까지 올랐던 것과 견주면 4개월도 못 돼 55달러 가량 주가가 내려간 셈이다.

비자는 국내 투자자들에게도 인기가 높은 주식이기도 하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최근 1개월 동안 국내 투자자는 비자카드 주식을 6590만달러 순매수했다. 이는 전체 해외 주식 중 순매수 규모 12위다.

그렇다면 아마존의 공격을 받은 비자카드의 미래는 어둡기만 한 것 일까. 그렇지는 않다. 글로벌 결제 분야에서 절대 강자의 지위에 있는 비자의 이익규모는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내년 비자카드의 영업이익이 191억달러(비자는 9월 결산 법인)로 올해 160억달러보다 31억달러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영업이익률도 올해 65.6%에서 내년에는 67.6%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2024년에는 비자카드의 영업이익과 영업이익률은 각각 253억달러, 69.7%까지 상승할 것으로 추산했다. 3년 안에 영업이익률이 70%선까지 오를 것이라는 얘기다.

강혜승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디지털 결제의 구조적 성장으로부터 수혜를 보는 성장주”라며 “동시에 경제 정상화 관련주로 해외여행이 활성화되면 긍정적 효과가 기대된다”고 했다. 현금이 아닌 신용카드 등 디지털 결제 시스템이 점점 확산하고 해외 여행 등이 증가하면 결제시장의 주도권을 쥐고 있는 비자카드의 성장이 기대된다는 의미다.

주식시장에서 늘 그렇듯 한 번의 호재와 악재가 장기적인 주가를 결정하는 경우는 드물다. 비자카드 투자자들도 최근 주가 하락 때문에 크게 실망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