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집중 포화를 받고 있는 ‘카카오T’ 운영사 카카오모빌리티가 결국 상장 일정을 강행하기로 결정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지난달 상장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을 미루겠다고 증권사들에 통보했으나, 초기 투자사인 글로벌 사모펀드(PEF) 텍사스퍼시픽그룹(TPG)의 요구 때문에 상장 일정 연기 결정을 뒤집고 다시 상장 절차를 속개하기로 한 것이다.
20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는 최근 내부적으로 이 같은 결정을 내리고 조만간 증권사들로부터 입찰제안서를 받기로 했다. 입찰 연기를 통보 받았던 증권사들은 제안서를 다시 작성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카카오모빌리티는 8월 23일 NH투자증권·KB증권·한국투자증권·대신증권 등 국내외 주요 증권사 10여 곳에 상장 주관사 선정을 위한 입찰제안요청서(RFP)를 발송했으나, 지난 달 중순 돌연 입찰 잠정 연기를 통보한 바 있다. ‘골목상권 침해’를 이유로 정책당국의 질타를 받자 카카오택시 스마트호출(돈을 더 지불하면 빨리 배차해주는 서비스)을 폐지했는데, 이 같은 사업 영역 축소에 따라 기업가치 하향 조정이 불가피해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카카오모빌리티의 초기 투자사인 TPG가 이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고, 카카오모빌리티는 울며 겨자먹기로 어쩔 수 없이 상장을 다시 강행하기로 결정했다. TPG컨소시엄(TPG·한국투자증권·오릭스)은 지난 2017년 카카오모빌리티에 5000억원을 투자한 데 이어 올해 6월에는 1307억원을 추가 투자했다. 누적 투자금은 총 6307억원이며, 지분율은 29.6%에 달한다.
TPG가 카카오모빌리티에 처음 투자한 지 4년이 지난 만큼, 내년에는 엑시트(투자금 회수) 시기가 도래한다는 것이 IB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통상 PEF의 운용 기간은 10년인데, 초기 5년 동안은 투자에 집중하고 후기 5년은 회수에 주로 할애한다. 이 때문에 TPG 입장에서는 첫 투자 후 5년이 지난 2022년 중 엑시트 추진이 불가피하다.
더욱이 내년에는 모빌리티 시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만한 변수가 많아, 조금이라도 빨리 상장 작업에 착수하는 것이 유리한 상황이다. IB 관계자는 “‘타다 금지법’도 작년 3월 총선을 앞두고 통과한 만큼, 내년 대선 전 카카오모빌리티에 무슨 일이 벌어질 지 알 수 없다”며 “또 최근에는 토스가 쏘카 운영사 VCNC를 인수해, 시장 경쟁이 과열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IB 업계에서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적정 시가총액을 10조원 미만으로 보고 있다. 당초 상장 주관사 RFP를 받았던 증권사들은 10조원이 넘는 기업가치를 제안하려 했으나, 정책 리스크를 고려해 기업가치를 대폭 하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가 조만간 상장 주관사를 선정하고 IPO 절차에 돌입하게 되면, 내년 상반기 실적을 확인한 뒤 하반기 중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할 수 있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