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이 이달 16일 유가증권시장에 기업공개(IPO)를 앞두고 있다. 이번 IPO로 최대 1조8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하려고 하는 현대중공업은 단숨에 하반기 IPO 시장 ‘대어’로 올라섰다.
현대중공업은 오는 7~8일 일반투자자 청약이 예정돼 있다. 일반청약 물량은 공모 주식 수의 25%로, 미래에셋증권·한국투자·하나금융투자·KB증권·삼성증권·대신증권·DB금융투자·신영증권 총 증권사 8곳에서 청약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현대중공업 IPO 흥행을 점치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지난 2~3일 진행한 기관투자자 수요예측에서 1500대 1이 넘는 경쟁률을 기록했다. 최근 들어 기관투자자 경쟁률이 1300~1400대 1을 넘으면 상장 첫날 흥행하는 일이 많았다. 참여한 투자자 중 절반 정도가 의무 확약을 신청했다. 공모가 역시 희망 범위 상단인 6만원으로 책정될 가능성이 크다.
현대중공업 IPO 소식에 공모주 대어를 찾아 나서는 투자자에게는 희소식이지만, 속앓이에 들어간 투자자들도 있다. 바로 한국조선해양 투자자다.
현대중공업 IPO 탓에 현대중공업그룹의 중간지주사이자 현대중공업의 모회사인 한국조선해양의 위치가 이도 저도 아니게 됐다. 지주사 할인에 따른 주주가치 희석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주요 사업 자회사가 상장하면 지주사 주가는 급락한다. 이른바 더블 카운팅(중복 계산), ‘지주사 기업가치 디스카운트(할인)’ 효과가 있는 탓이다. 더블 카운팅이란 모회사와 자회사가 모두 상장했을 때 시장에서 형성된 시가총액에 두 기업의 가치가 중복 계상되는 현상을 말한다. 더블 카운팅이 되면 중복 계상되는 만큼 모회사 주가가 할인된다. 자회사 실적은 모회사의 연결 기준 실적에도 반영돼 있어서다. 시장에서는 자회사가 IPO 할 때 지주사의 더블 카운팅을 ‘악재’로 보고 있다.
특히 한국조선해양의 경우에는 더 모호한 위치가 됐다. 현대중공업지주가 현대중공업그룹의 최상위 지배회사이고 한국조선해양이 조선부문 중간지주회사이므로 배당금 수취라는 지주사가 갖고 있는 장점에서도 배제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지주사는 배당금과 브랜드 사용료 등을 자회사들로부터 받는다.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은 이를 다시 그룹의 지주사인 현대중공업지주로 보내야 해 수익이 작아진다. 최종 지주사도, 그렇다고 사업 자회사도 아닌 어중간한 투자처가 된 셈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투자자 입장에서는 지주도 아니고 자회사도 아니게 도대체 뭐냐고 분통을 터뜨릴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동익 KB증권 연구원은 한국조선해양에 과한 지난 1월 보고서에서 “종목 간 잠식 가능성은 극복해야 할 과제”라고 분석했다. 현대중공업 상장 시, 현대중공업그룹은 현대중공업지주, 한국조선해양, 사업 자회사인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까지 모두 상장사가 되므로 투자자들이 보다 명확한 투자 점이나 모멘텀(성장 동력), 낮은 밸류에이션(평가 가치) 종목으로 압축하려는 경향이 나타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결국 현대중공업 그룹 내 상장사들의 주가가 양호하려면 그룹 차원에서 모든 상장사에 대해 분명한 투자 점을 제공해야 하는데 이는 쉽지 않다.
한영수 삼성증권 연구원도 “밸류에이션 관점에서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하다”면서 “기존에 한국조선해양은 전 세계 최대 조선소인 현대중공업과 현대삼호중공업에 투자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라는 점이 밸류에이션에 반영됐는데, 현대중공업의 상장은 한국조선해양의 자회사들이 일종의 ‘자산’으로 해석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이런 영향으로 최근 한 달간(8월 3일~9월 3일) 한국조선해양의 주가는 12만9500원에서 11만3500으로 12.35% 내렸다. 최근 3개월 사이에는 20% 넘게 하락했다. 현대중공업이 IPO를 연내 추진하겠다고 지난 1월 26일 밝혔지만, 증시 입성일이 다가오자 영향을 받은 모양새다. 한국조선해양의 기초체력(펀더멘탈)을 감안해도 이 정도 낙폭은 심하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현대중공업 IPO를 앞두고 모두 예상했을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