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아랍에미리트(UAE)의 샤르자(Sharjah‧아랍에미리트를 구성하는 7개의 토후국 가운데 하나)에서는 특별한 실험이 있었다. 무인으로 운행되는 전동차가 400m를 주행하는 실험이었다.
벨라루스에 본사를 둔 기업인 ‘유 스카이 트랜스포트(uSky Transport)’는 자사 전동차에 ‘유 스카이 팟(uSky pod)’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팟(pod)이라는 용어가 현재는 애플의 아이팟, 에어팟 등으로 친숙해져 음악과 깊은 연관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사전적 뜻은 비행기 동체 밑의 연료, 장비 등을 싣는 유선형 공간이다.
유 스카이 팟은 우리가 흔히 볼 수 있는 지하철처럼 평범한 전동차가 아니다. 정거장을 지상에 만들어놓고 강철 케이블로 정거장과 정거장을 연결해 공중에서 움직인다. 일종의 케이블카인 셈이다. 그러나 주로 고지대의 관광지에 설치돼 느린 속도로 움직이는 케이블카와는 좀 다르다. 개발사인 유 스카이 트랜스포트에 따르면 시속 150㎞(93마일)의 속도로 이동할 수 있고 도시 곳곳에 정거장을 세우면 시간당 1만명의 승객을 이동시킬 수 있다.
화물 전용으로는 48톤(t)을 최대 시속 90㎞(56마일) 속도로 옮길 수 있다. CNN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스테파니 헤이그 맥킨지 연구원은 “케이블카는 늘 같은 크기의 같은 속도로 움직이지만 유 스카이 팟은 다양한 크기의 전동차를 이용해, 짧은 거리를 이동할 수도 있고 더 긴 거리를 이동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도심의 경우에는 짧은 구간에 정거장을 더 많이 설치하고 교외의 경우에는 긴 구간을 정거장으로 만들어 놓을 수도 있다는 얘기다.
유 스카이 팟은 올해 샤르자에 2.4㎞의 노선을 만들어 운행을 시작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올해 안에 샤르자와 정식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UAE가 서방 테크놀로지 기업의 고속 케이블카를 도입하려는 이유는 심각한 교통체증을 해결하기 위해서다. 사막에 지하철 공사를 하는 것보다 훨씬 쉽게 설치가 가능한 공중 이동 수단이라는 점이 그들을 사로잡았을 것이다.
유 스카이 트랜스포트의 최고경영자(CEO)인 올레크 자레츠키(Oleg Zaretskiy)는 “지상은 완전히 포화 상태이고 교통수단에서 나오는 배기가스로 가득 차고 있다”며 “우리가 개발한 교통수단이 교통체증과 환경문제에기여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자레츠키는 “UAE뿐 아니라 인구가 급증하고 있는 인도나 파키스탄 등 중동과 아시아의 다른 지역에도 진출을 추진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공중(하늘)으로 다니는 시대는 사막의 나라 중동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현대자동차는 도심 항공 모빌리티 개발을 담당하는 UAM(Urban Air Mobility) 사업부를 만들어 항공 모빌리티 분야를 개척하고 있다. 도심을 가로지르는 수직 이착륙이 가능한 소형 비행기를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15억 달러를 투자해 세계에서 가장 혼잡한 글로벌 대도시의 하늘 위를 사람들이 움직일 수 있도록 하겠다는 포부다. 현대차는 도심 항공 모빌리티 산업이 앞으로 20년 안에 1조5000억달러 규모로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1997년 개봉한 뤽 베송 감독의 SF영화 제5원소에는 하늘을 나는 자동차들이 등장했다. 하지만 이제 머지않아 도시에서 하늘로 움직이는 것이 SF영화에서만 가능한 일은 아닌 것 같다. 모빌리티(운송) 산업이 카카오모빌리티, 쏘카 등 차량을 공유하는 플랫폼 비즈니스로 확장됐듯 이제는 지상과 지하를 넘어 하늘로 공간의 확장까지 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항공 모빌리티의 주도권을 갖기 위해 국내외 기업들이 어떤 시도를 하는지, 어떤 투자자들이 이런 기업들에 돈을 집어넣는지를 유심히 살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