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26일) 한국은행이 기준 금리 인상 카드를 빼 들면서 ‘초저금리 시대’가 끝났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기준금리를 연 0.5%에서 연 0.75%로 0.25%포인트(p) 인상하기로 결정했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은 2018년 11월 이후 33개월 만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금리 인상이 어느 정도 예고됐던 내용인 만큼 증시에 큰 영향은 주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개별 종목이나 업종은 달랐다. 투자자들은 금리인상 수혜주를 찾아 나서고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전날 금리 인상이 발표되자 예대마진 수익 확대가 기대되는 은행주는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보험주도 같이 올랐다. 보험사는 안전자산인 채권을 중심으로 운용하기 때문에 시장금리가 오르면 이자 수익이 늘어날 수 있어서다.

코스닥 상장사 고려신용정보 주가 추이

금리인상 수혜주는 여기서 끝일까. 잘 생각해보면 가려진 수혜주가 또 있다. 대출받아 사는 사람에게는 다소 어둡게 다가올 수 있는 ‘채권추심 종목’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리가 오를 때, 은행·보험주뿐만 아니라 채권추심 종목도 수혜를 받는다”라며 “경제 상황 전반을 여과 없이 투영해 보여주는 게 바로 증시”라고 말했다.

채권추심이란 채권자로부터 채무자가 갚지 않은 빚을 넘겨받아 대신 받아내는 것을 말한다. 한마디로 ‘빌린 돈 제때 받아드립니다’다. 채권자의 위임을 받은 채권추심 업체는 일정 비율의 수수료를 받고 채무자에 대한 재산조사, 채권에 대한 변제촉구, 채무자로부터 변제금 수령대행, 채무자 소재 파악 등을 통해 채권추심 업무를 대행한다. 채권추심 업체는 금융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물론 사채시장에서 고리대금업자가 온갖 신체적·정신적 폭력과 협박을 동원해 돈을 강제로 뜯어내는 건 불법 채권추심이다.

채권추심 종목이 금리 인상의 숨은 수혜주가 된 건 금리 인상 후에 벌어질 생활밀착형 시나리오를 들여다보면 알 수 있다. 금리가 오르면 대표적으로 자영업자 등 대출받아 사업하는 사람들은 더 높은 이자를 내야 한다. 당연히 이전보다 많은 사람이 이자 부담에 빌린 돈을 제때 갚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채권자들은 채권추심 업체를 통해 채무자를 돈을 지불하라고 촉구할 것이고 그럼 자연스레 채권추심 업체는 매출이 늘게 된다. 채권추심 업체에 호조인 환경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대표적인 채권추심 업체로는 코스닥시장에 상장된 고려신용정보(049720)가 있다. 민간추심업체 중 유일한 상장사로, 신용정보협회 기준 국내 채권추심 업계 1위를 유지하고 있다. 고려신용정보는 실적 개선과 높은 배당 성향을 기반으로 지난 3월부터 오르다가 지난 6월부터 9000원대에 올라섰다. 지난 6월 중 주가는 1만750원까지 올랐다.

이후 다시 주춤하며 9000원대를 횡보했지만 전날 금리 인상 소식에 다시 최고가에 근접하게 됐다. 지난 26일 고려신용정보는 전 거래일 대비 6.54%(620원) 급등하며 1만100원으로 마감했다. 상장 후 네 번째로 높은 주가다. 한은 금통위가 연내 한 번 더 금리 인상을 단행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고려신용정보가 더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번외로, 지난 노무현 정부부터 지금 문재인 정부까지 고려신용정보 상승률은 문재인 정부(243.05%)·박근혜 정부(175.74%)·노무현 정부(110.33%)·이명박 정부(64.7%) 순으로 높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