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배틀그라운드’ 개발사 크래프톤(259960)이 10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크래프톤은 카카오뱅크(323410)에 이어 올 하반기 국내 증시에 입성한 두 번째 ‘대어(大魚)’로, 연초부터 투자자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아왔다.
그러나 크래프톤의 상장 첫날 주가는 당초 기대와 달리 부진했다. ‘따상(공모가의 2배에 시초가를 형성한 후 상한가)’을 기록하기는커녕 공모가(49만8000원)보다도 9% 낮은 45만4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공모가 시가총액은 24조4000억원에 달했으나, 첫날 종가 기준 시총은 22조2000억원에 불과하다.
반면 카카오뱅크는 지난 6일 상장한 후 이틀간 급등하며 시가총액 37조원의 ‘금융 대장주’로 등극했다. 상장 셋째 날인 10일에는 주가가 9% 하락 반전하며 시가총액이 34조원으로 줄었으나, 현 주가는 공모가와 비교하면 여전히 83% 높다.
카카오뱅크와 크래프톤은 앞서 기관 수요예측 단계에서부터 여러모로 비교돼왔다. 현재 국내 기업공개(IPO) 시장을 거의 양분하다시피 하고 있는 ‘라이벌’ KB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이 상장 대표 주관사로 나선 상황에서, 두 회사의 비상장주를 들고 있는 투자자들 사이에서도 경쟁 분위기가 형성됐다.
하반기 IPO 시장을 연 두 마리 ‘대어’는 앞으로 어떤 주가 흐름을 나타낼까. 증시 전문가들은 두 회사의 주가에 영향을 미칠 만한 요소를 비교해보면 향후 어느 쪽이 웃게 될지 판단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조언한다.
① 주가에 부담 주는 유통 가능한 물량
주식 시장에서 유통될 수 있는 물량의 비중은 주가에 영향을 미칠 만한 중요한 요소다. 매물이 시장에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면 주가를 끌어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상장 직후 유통 가능한 물량은 크래프톤이 압도적으로 많다. 전체 상장 주식의 41.5%가 상장 직후 유통 가능하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유통 가능한 주식 비중이 27%로 크래프톤보다 낮다.
실제로 크래프톤은 상장 첫날 외국인 투자자들의 보유 매물이 1627억원어치 출회되며 주가가 하락했는데, 이 중 대부분은 의무보유 확약이 걸리지 않은 외국계 기관 매물로 추정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크래프톤이 지난 14~27일 기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수요예측에서 외국계 기관의 신청 물량 중 의무보유 확약이 걸린 물량은 20%에 불과했다. 즉, 80%는 상장 즉시 시장에 풀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이는 공모가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1조3650억원에 달하는 규모다.
수요예측에 참여한 외국계 기관의 보유 물량을 포함해 의무보유 확약이 걸리지 않은 주식은 총 10조978억원어치(공모가 기준)였다. 의무보유 조건이 없는 주식이 무조건 상장 직후 시장에 출회되는 것은 아니나, 비중이 높으면 그만큼 매물 부담은 클 수밖에 없다.
반면 카카오뱅크의 물량 부담은 상대적으로 낮다. 전체 유통 주식 가운데 73%에 의무보유 확약이 걸려 있다. 기관 수요예측 물량 중에서는 60%에 대해 의무보유가 걸려 있으며, 그 중 37%의 물량이 6개월 이상 시장에 출회될 수 없다.
② MSCI 신흥국지수 조기 편입 가능 여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 지수에는 카카오뱅크와 크래프톤 모두 조기 편입될 가능성이 크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상장 첫날에 이미 조기 편입 요건을 충족하며 신흥국 지수에 편입된 상황이며, 크래프톤도 편입이 가능할 것이라고 증시 전문가들은 추정한다.
MSCI 지수에 편입되면 해외 기관들의 패시브 자금(지수에 편입된 종목에 기계적으로 투자하는 인덱스 펀드, ETF 등에서 유입되는 자금)이 들어와 향후 주가가 안정적으로 오를 가능성이 크다.
MSCI 지수에 조기 편입되기 위해서는 상장일이나 상장 다음 날 시가총액이 국가별 잠정 시가총액 기준점(interim cutoff)에 1.8을 곱한 값 이상이어야 한다. 또 유동시가총액이 잠정 시가총액 기준점의 50%에 1.8을 곱한 값 이상이어야 조건을 충족할 수 있다.
삼성증권은 우리나라의 잠정 시가총액 기준점을 3조3000억원으로 추산했다. 즉, 시가총액이 6조원, 유동시가총액이 3조원 이상이면 MSCI 지수에 조기 편입될 수 있는 상황이다. 크래프톤의 공모가 기준 시총은 24조4000억원으로, MSCI지수 조기 편입이 무난하게 가능할 전망이다.
③ 중국 텐센트 보유 지분 출회 가능성
카카오뱅크와 크래프톤 모두 중국 IT 기업 텐센트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반중 정서와 함께 “해당 종목에 투자하면 중국 기업에 돈 벌어다 주는 격”이라는 비난이 나오기도 했다.
텐센트의 투자 자회사인 스카이블루럭셔리인베스트먼트는 카카오뱅크 지분 1.60%를 보유하고 있다. 크래프톤의 경우 텐센트의 자회사 이미지프레임인베스트먼트가 2대주주로, 지분 13.58%를 보유하고 있다.
카카오뱅크 지분에 대한 텐센트의 의무보유 기간은 3개월에 그친다. 크래프톤 지분에는 6개월의 의무보유가 걸려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카카오뱅크보다 크래프톤 지분율이 워낙 높아, 텐센트가 국내 기업에 대한 투자를 회수할 경우 얻게 될 타격은 크래프톤 쪽이 클 전망이다.
다만, 투자은행(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텐센트는 지금까지 투자한 국내 주식을 단 한 번도 매도한 적이 없으며, 국내 기업과 신뢰 관계를 갖고 일해왔다”며 “카카오뱅크와 크래프톤의 보유 지분도 단기간에 출회될 가능성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