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일 카카오뱅크(323410)는 증시 입성 첫날 시초가 대비 상한가를 기록하면서 KB증권을 제치고 금융 대장주 자리를 꿰찼다. 카카오뱅크는 시초가(5만3700원) 대비 29.98% 오르며 6만9800원으로 마감했다. 이는 공모가(3만9000원) 기준으로 78.97% 상승한 것으로, 시가총액은 33조1620억원에 육박했다. 단숨에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11위(삼성전자우 제외)에 오른 셈이다.

고평가 논란에 시달리던 카카오뱅크는 보란 듯이 세간의 우려를 깼다. 예상과 달리 외국인과 기관은 카카오뱅크를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합쳐 제일 많이 사들였다. 하루에만 카카오뱅크를 각각 2253억6700만원(415만1300주), 996억2200만원(118만8900주) 순매수했다. 특히 외국인의 경우 공모 청약 시 의무확약비율이 매우 낮았기 때문에 첫날 매도세가 클 것이라는 시장의 우려가 있었다.

지난 6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 외벽에 카카오뱅크의 코스피 상장을 알리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그렇다면 카카오뱅크는 이제 본격적으로 고평가 논란을 극복하고 ‘장밋빛’ 길만 걸을까. 아쉽게도 아직 여의도 증권가는 카카오뱅크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일단 목표주가 기준으로 현 주가는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카카오뱅크 상장 전날인 지난 5일 교보증권은 카카오뱅크에 대해 목표주가를 제시했다. 투자의견은 ‘매수’였지만 목표주가는 4만5000원으로 현 주가보다 35.53%나 낮은 가격이다. 리포트에서 카카오뱅크의 성장성과 확장성이 기대된다고 했지만 교보증권이 산정한 밸류에이션(평가 가치)보다 현 주가 수준이 월등히 높은 상황이다.

앞서 BNK투자증권도 카카오뱅크 일반 공모 청약 첫날 ‘매도’ 리포트를 내고 목표주가 2만4000원을 제시했다. 현 주가 대비 3분의 1토막 수준이다. 현재 이 리포트는 증권사의 리포트 열람 서비스를 제공하는 에프앤가이드에서는 삭제된 상태다. 다만 BNK투자증권 홈페이지에서는 열람이 가능하다.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가 앞으로 ‘인터넷’보다 ‘은행업’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는 예상도 주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카카오뱅크는 기존 은행과 마찬가지로 이익의 대부분이 이자이익에서 창출되고 플랫폼을 활용한 비(非)이자이익은 미미한 상황인 탓이다.

기본적으로 은행업은 경기에 민감하고 정부 규제 영향을 받는 업종이다. 카카오뱅크도 은행인 만큼 규제 리스크(위험) 예외는 아니다. 익명을 요청한 한 증권사 연구원은 “해외 투자자들은 한국 은행업 규제가 심한 것을 제대로 모르고 있어 낙관적인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며 “국내 은행업종이 다른 업종에 비해 낮은 밸류에이션을 받는 건 규제 영향”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규제에서 비교적 자유로웠던 카카오뱅크는 최근 중저신용자 대출을 시작하면서 규제 테두리 안에 들어왔다”라며 “앞서 금융위원회 보도자료 등을 살펴보면 카카오뱅크에 대한 규제는 이미 시작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지난 4일 카카오뱅크는 자체 신용 기반 중신용대출상품 ‘중신용플러스대출’과 ‘중신용비상금대출’을 출시하며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 시장 공략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지난 5월 말 금융위는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은행에 중저신용자에 대한 중금리대출 확대를 요청했다. 금융위는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현행 12%에서 2023년까지 30%로 늘리라고 했는데, 이렇게 되면 대출 부실에 따른 연체율 상승으로 카뱅의 성장성이 낮아질 수도 있다. 또 금융위는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신사업 진출에 제한을 두겠다고도 경고했다. 이에 카카오뱅크는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2023년 말 30%로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밝혔다.

김은갑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금리대출은 대손 우려로 무작정 증가시키기는 어려운 영역으로 성장성보다는 수익성 측면에서 고려할 문제”라며 “대손이 유지되면서 증가할 수 있는지가 중요한데, 수익성 훼손을 감안해 신중히 증가시킬 것이라 가정하면 대출규모가 크게 증가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에서 은행들이 가계신용대출을 못 늘리게 주시하고 있는 점도 카카오뱅크가 ‘가시밭길’을 걸을 수 있는 점이다. 정부는 은행의 가계대출 성장률은 연 5~6% 내외로 낮출 것을 권고하고 있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지방은행이나 인터넷은행은 영향력이 작다는 이유로 어느 정도 예외를 인정해왔지만 카카오뱅크의 신용대출·전세대출시장 점유율 확대와 상장으로 사회적 책임이 더 커지면서 이전처럼 예외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정부 규제가 기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카카오뱅크 자체의 성장성도 증권가에서 우려하고 있다. 김 연구원은 “고객 수 측면에서 카카오뱅크 성장성은 점차 둔화할 전망”이라며 “이미 1600만 이상의 고객(계좌 없이 이용약관 동의 고객 포함)을 확보했기 때문에 국내에서 고객증가율은 낮아질 만한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설립 초기와 달리 40~50대의 고객층도 지난 3월 말 37% 이상으로 비중이 높아져서 다른 연령층으로의 침투도 어느 정도 달성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