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래프톤 청약 증거금이 첫날 1조8000억원 모였다. 같은 대어급 종목으로 불리던 올해 상장 종목들과 비교되는 수준이다. 첫날 기준 SK아이이테크놀로지는 22조원, SK바이오사이언스는 14조원, 카카오뱅크는 12조원이 몰렸다.

증거금은 투자자 수요를 나타내는 지표와도 같다. 투자자가 크래프톤에 얼만큼의 자금을 기꺼이 감당할지 보여준다. 크래프톤 청약이 예상보다 부진하면서 크래프톤의 상장 이후 주가 흐름을 걱정하는 사람도 늘고 있다.

게임 업체 크래프톤의 공모주 일반 청약 첫날인 2일 오후 한산한 서울의 한 증권사 창구./ 연합뉴스

그렇다면 여태 공모주는 어떤 흐름을 보였을까. 올해 상반기 상장한 공모주의 청약 흥행 여부와 상장 첫날 주가와 수익률의 상관관계를 비교해봤더니, 청약에 흥행했다고 해서 무조건 최상의 수익률을 내는 것은 아니었다.

올해 증거금이 가장 많이 모인 10개 종목은 SK아이이테크놀로지(361610)(81조원), 에스케이바이오사이언스(63조6000원), 쿠콘(294570)(14조4000억원), 엔시스(333620)(14조원), 솔루엠(248070)(12조4000억원), 피비파마(11조6000억원), 샘씨엔에스(252990)(10조8000억원), 네오이뮨텍(950220)(9조3000억원), 엘비루셈(8조6000억원)이다.

이중 '따상(시초가가 공모가 2배 형성 후 상한가)'을 기록한 종목은 에스케이바이오사이언스뿐이었다. 이들 종목 가운데선 첫날 3%(피비파마)와 9%(엘비루셈)의, 공모가를 밑돌 뻔한 아슬아슬한 수익률을 보여준 곳들도 있다.

오히려 증거금 순위상 중상위권에 있는 곳이 따상을 많이 기록했다. 2조~6조원대 자금을 모은 곳들로, 삼영에스앤씨(361670), 해성티피씨, 레인보우로보틱스(277810), 모비릭스(348030), 선진뷰티사이언스(086710), 에이디엠코리아, 오로스테크놀로지(322310), 자이언트스텝(289220) 등 8곳이다.

이렇게 청약 흥행도가 상대적으로 저조했던 기업이 상장 첫날 수익률이 높은 이유 가운데 하나로 공급 변수가 꼽힌다. 수요에 비해 매물이 별로 나오지 않으면 주가가 높게 형성될 수밖에 없다.

공급 변수는 기관 투자자의 보호 예수 물량이 영향을 미친다. 대부분 따상 종목은 의무 보유 확약 비율이 40~80%대였다. IR큐더스에 따르면 확약 비율이 에스케이바이오사이언스와 오로스테크놀로지는 각각 85.2%와 81.4%에 달했다.

그렇다면 청약 흥행 기대감이 꺾인 크래프톤은 어떨까. 청약에선 분위기가 가라앉았어도 상장 첫날에 의외의 반전을 기대해볼 수 있지 않을까. 안타깝게도 크래프톤의 확약 비율은 22.05%다. 첫날 풀릴 수 있는 주식이 77.95%라는 의미다. 주가 흐름은 아무도 예측할 수는 없지만, 크래프톤 청약에는 조심스럽게 접근하고 전략을 세울 필요가 있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