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경영·경제 최고의 화두는 환경·사회·지배구조(EGS)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ESG는 반짝 했다 사라지는 ‘테마’가 아닌 전세계적 방향성으로 자리 잡은 것 같다.
탄소 배출의 주범으로 낙인 찍힌 석탄 화력발전소가 ESG 경영의 직격탄을 맞았다면, 반대로 가장 큰 수혜를 보는 산업은 태양광 발전과 풍력 발전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낮을 뿐 아니라 지열, 수력 등과 비교해 확장성과 효율성이 뛰어나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태양광 발전의 비용 대비 효율성이 높아, 이 시장은 앞으로도 각광 받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태양광 발전 수요는 지난해보다 20% 이상 늘어난 180기가와트(GW)에 달할 전망이다. 태양광 수요는 내년에는 200GW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태양광 발전이 유망한 산업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으나, 어떤 회사에 어떻게 투자해야 할 지 파악하기 어렵다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많이 볼 수 있다. 폴리실리콘이며 웨이퍼, 셀 등 갖가지 용어가 많아, 태양광 발전업을 하는 회사라 해도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하는지 투자자들은 알기 어렵다.
태양광 발전 산업의 사슬(체인)은 간략히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셀→모듈'로 요약할 수 있다. 폴리실리콘은 태양광 에너지를 전류로 전환하는 물질로, 태양광 발전 산업의 근간이 되는 물질이다. 폴리실리콘을 융해해 원통형 결정으로 만들면 잉곳이 되며, 이를 얇은 원판으로 만든 것이 웨이퍼다. 셀은 우리가 흔히 아는 ‘태양전지’이며 이 단계에 가장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 마지막으로 셀을 모아 놓은 것이 태양광 모듈이다.
폴리실리콘의 가격이 오르면 웨이퍼 가격은 오르며, 셀과 모듈을 생산하는 업체의 수익성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폴리실리콘과 웨이퍼 가격이 하락하면 셀과 모듈 업체의 수익성은 개선된다.
최근 태양광 모듈을 만드는 한화솔루션(009830)의 주가 흐름이 좋지 않았던 것도 이 같은 생산 구조의 특징 때문이다. 세계 최대 폴리실리콘 생산국인 중국에서 신장 지역 위구르족을 강제로 동원해 노역을 시켰다는 논란이 나왔다. 이에 미국에서 중국산 폴리실리콘을 불매하고 전세계 웨이퍼 업체들이 너도나도 증설에 나서자, 폴리실리콘 가격이 상승한 것이다.
지난 달 폴리실리콘 가격은 1킬로그램(㎏)당 28.6달러로, 올해 1월(11달러)에 비해 두 배 이상 급등했다. 원재료 가격이 급등하자 완성품을 만드는 한화솔루션 주가가 하락한 건 당연한 일이었다. 한화솔루션의 주가는 올해 초 5만8000원대에서 현재 4만원대 초반까지 떨어진 상태다.
그러나 최근 한화솔루션에 호재가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웨이퍼 가격이 하락해, 셀과 모듈을 만드는 업체들의 수익성이 좋아질 기미가 보이고 있다. 지난 달 말 전세계 2위 웨이퍼 업체 중환솔라(Zhonghuan solar)는 웨이퍼 가격을 전월 대비 약 8% 내리겠다고 발표했다. 셀·모듈 업체들의 수익성이 나빠져 웨이퍼에 대한 수요가 줄었는데, 이것이 역으로 웨이퍼 가격을 떨어뜨린 것이다.
미국의 태양광 산업 육성 정책도 한화솔루션에 호재가 되고 있다. 지난 달 22일(현지 시각) 미국 조지아주 상원 존 오소프(Jon Ossoff) 의원은 미국에서 생산되는 태양광 관련 제품을 생산하는 설비에 향후 10년간 세액 공제 혜택을 주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에 따라 모듈 업체들은 오는 2028년까지 판매가의 32%에 이르는 세액 공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한화솔루션은 미국에 1.7GW 규모의 태양광 모듈 생산 설비를 갖추고 있어, 직접적인 수혜를 받게 될 전망이다.
한화솔루션 같은 태양광 모듈의 대표적인 수혜주에 투자할 수도 있지만, 위에 열거한 복잡한 생산 체인 없이 태양광 발전을 하는 기업에 투자할 수도 있다. 지난 7일(현지 시각) 미국의 태양광 스타트업 헬리오겐(Heliogen)이 기업인수목적회사(SPAC)를 통해 뉴욕 증시에 상장할 계획을 밝혔다. 이 회사는 인공지능과 거울을 이용해 태양광에서 전력을 만들어내는 기술을 갖고 있으며,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가 2년 전 투자한 스타트업으로도 잘 알려졌다.
태양광 발전 산업 자체에 간접 투자하는 방법도 있다. 가장 대중적인 파생 상품은 태양광 ETF로, ‘Invesco Solar ETF’와 ‘iShares MSCI Kuwait ETF’가 대표적이다. 특히 ‘Invesco Solar ETF’의 경우 올해 들어 손실률이 15.91%를 기록한 만큼, 저가 매수를 통해 차익을 노릴 수 있다.
태양광 패널에 들어가는 은에 투자하는 방법도 대안이 될 수 있다. 골드만삭스는 이미 올해 초 “태양광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은에 주목해야 한다”며 “은의 산업용 수요 중 18%가 태양광에서 나온다”고 분석한 바 있다. 현재 은의 가격 매력은 커 보인다. 지난 달 18일 트로이온스 당 28.31달러를 기록했던 국제 은 선물 가격은 현재 25달러선에서 등락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