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국내 금융 시장은 예상치 못한 소식으로 혼돈에 빠졌다. 한국은행이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매파적’ 성향을 드러내며, 당장 다음 달 기준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날보다 10.7베이시스포인트(bp·0.01%포인트) 상승한 1.497%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2019년 11월18일(1.518%) 이후 최고치다.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원·달러 환율)도 전날보다 7.0원 내린 달러 당 1141.5원을 기록했다.
이날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통위 후 기자간담회에서 “다음 달 금통위 회의가 통화 정책 완화 정도의 조정이 적절한지 아닌지를 구체적으로 논의하고 검토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1년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 동결에 대한 만장일치 기조가 깨졌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고승범 위원이 기준금리를 25bp 올려야 한다는 소수 의견을 제시한 것이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금통위의 구성을 고려할 때, 사실상 4~5명의 위원이 금리 인상 시점을 조율하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한은의 이 같은 입장은 대다수 시장 참여자들의 예상을 빗나간 것이었다. 최근 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연일 급증해온 만큼, 소비 침체와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신규 확진자 수는 13~14일 이틀 연속 1600명을 돌파한 상황이다.
증권 업계 전문가들은 만약 다음 달 금통위 이전 코로나 일일 확진자 수가 1000명 이하로 감소한다면 한은이 당장 8월 중 금리를 올릴 수도 있다고 분석한다. 8월 기준금리 인상 여부가 중요한 것은, 이 경우 이 총재의 임기 중 금리가 2회 오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총재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지난해 5월 이후 1년 넘게 지속돼온 ‘초저금리(0.5%) 시대'가 서서히 막을 내릴 조짐이 보이는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어떻게 대처하면 좋을까. 통상 금리가 오르면 은행과 보험주 등이 수혜를 본다는 인식이 강하다. 이자 수익의 증대가 금융사들의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은행과 보험주 매수 외에도 금리 상승에 대비하는 방법이 있다. 바로 채권 가격의 하락에 베팅하는 상품에 투자하는 것이다. 채권 금리가 오른다는 것은 쉽게 말해 채권의 할인율이 높아지고 채권 가격은 하락한다는 것을 뜻한다. 따라서 채권 가격이 하락할 때 수익을 내는 상품을 산다면, 금리의 인상에 대비할 수 있다.
채권 가격의 하락에 베팅하는 상품으로는 채권 인버스 상장지수펀드(ETF)가 있다. 레버리지 인버스 상품도 있어, 단기간에 수익을 극대화할 수도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삼성자산운용 등 주요 자산운용사에서 모두 채권 인버스 ETF를 판매하고 있다.
‘KODEX 국채선물10년인버스'와 ‘KBSTAR국채선물10년인버스'는 현재 4만7000원대에서 거래되고 있다. ‘TIGER국채선물10년인버스’는 4만8000원대, ‘KINDEX국채선물10년인버스'는 9만원대 중반에서 거래 중이다. 이 상품들은 모두 6월 초 전고점을 찍은 이후 가격이 상당히 하락한 상태다. 총 보수는 모두 0.07%로 동일하다.
증시 전문가들은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이미 많이 오른 만큼, 10년물 이상의 중장기 금리 상승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한국 국채 3년물 금리는 5월 말 1.0950%에서 현재 1.5% 수준으로 오른 상태다. 반면 10년물 금리는 6월 초 고점 2.2020%를 찍은 후 현재는 2.0280%까지 하락했다.
채권 인버스 펀드 외에도 원화 강세 수혜주를 사는 것 역시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다. 통상 국채금리가 오르면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도 하락(원화 가치 상승)하는 경우가 많다.
원화 강세의 대표적인 수혜주는 POSCO이다. 석탄 등 원재료의 수입 비중이 높아, 달러화 가치가 하락하면 수혜를 볼 수 있다. 한국전력(015760) 역시 유연탄과 천연가스(LNG) 등이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 변동에 노출돼있어 원화 가치가 높아지면 이익이 증대되는 경향이 크다. 그 외에도 현대제철(004020), CJ제일제당(097950), 고려아연(010130) 등이 수혜를 볼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