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까지 ‘서학개미 희망’이었던 미 전기차업체 테슬라가 힘을 못 쓴지도 곧 있으면 반년째다. 테슬라 주가는 지난 1월 26일 최고점(883.09달러·종가 기준)을 찍은 이후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지난 2월 들어 700달러대를 기록하더니 3월에는 563달러(3월 8일)까지 내려앉았다. 이후 700달러대를 회복 하나 했지만 3개월이 지난 지금도 600달러대 박스권에 갇혀 있다.

이런 지지부진한 주가에도 서학개미들은 테슬라를 놓지 않고 있다. 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 세이브로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전체 해외주식 보관규모 1위는 여전히 테슬라가 차지하고 있다. 올 초부터 지난 9일까지 해외주식 순매수결제 규모 1위도 역시나 테슬라로, 국내 투자자들은 테슬라를 16억8175만달러(약 1조9314억원)어치 순매수했다. 모두 테슬라 반등을 기다릴 것이다.

조선DB

그러나 서학개미 염원과는 다르게 증권가 시각은 비관적이다. 여러 비관론이 있지만, 그중 미국 모멘텀 상장지수펀드(ETF)에서 테슬라가 방출될 가능성이 크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한 퀀트분야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올해 테슬라 주가 흐름을 보면 모멘텀 ETF가 테슬라를 담고 있을 이유가 없다”며 “대표적인 모멘텀 ETF인 블랙록의 아이셰어즈 MSCI 미국 모멘텀팩터(MTUM) ETF에서도 테슬라 비중이 점점 줄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테슬라 주가만 보면 MTUM이 테슬라를 전량 매도한다고 해도 할 말이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모멘텀 ETF란 모멘텀 전략을 구사하는 ETF로, 주가가 상승세를 보이는 주식 종목을 편입해 수익을 내는 투자상품이다. MTUM은 반기마다 리밸런싱(재조정)을 거쳐 최근 1년 동안 시장에서 높은 수익률을 낸 종목을 따라간다. 쉽게 말하면 많이 오른 종목 순으로 MTUM에 담거나 비중을 늘리고 내린 종목은 비중을 줄이거나 내보낸다.

MTUM 편입 비중 추이를 보면 테슬라 비중은 점점 작아지고 있다. 지난해 12월 31일 기준으로 MTUM은 테슬라를 6.67%, 약 8억7781만달러를 들고 있었지만, 올해 6월 30일 기준으로는 비중을 1%나 줄여 5.62%, 약 8억5940만달러 보유했다. 이후 약 일주일만인 이달 7일 기준으로 MTUM은 테슬라 비중을 5.53%로 또 줄였다.

지금의 추세라면 오는 11월에 있을 리밸런싱에서 테슬라 입지는 더욱 작아질 전망이다. 이 관계자는 “만약 오는 리밸런싱에서 테슬라 보유분을 MTUM이 전량 매도한다고 하면 시장에 8억달러가 넘는 물량이 쏟아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모멘텀 ETF인 인베스코 S&P500 모멘텀(SPMO) ETF는 지난 9일 기준으로 테슬라를 7.65% 담고 있으며 인베스코 DWA 모멘텀(PDP) ETF는 같은 날 테슬라를 담고 있지 않았다. 테슬라를 적절하게 사고팔아 ‘테슬라 족집게’라는 별명이 붙었던 토종 인공지능(AI) 핀테크 업체인 크래프트테크놀로지스의 크래프트 AI-인핸스드 U.S.라지캡 모멘텀(AMOM) ETF도 이미 지난달 테슬라를 전량 매도했다.

테슬라의 ‘데드크로스(Dead Cross)’가 머지않았다는 분석도 모멘텀 ETF의 테슬라 방출 가능성에 힘을 보태고 있다. 앞서 미 주식정보 사이트 모틀리풀의 주식평론가인 댄 카플링어는 지난 8일(현지 시각) 모틀리풀에 테슬라 주가가 조만간 100달러 이상 치솟지 않은 한 기술적으로 곧 데드크로스를 겪게 될 것이라는 글을 올렸다.

데드크로스는 주가 단기이동평균선이 중장기이동평균선을 아래로 뚫는 현상으로, 주가가 추세적인 약세로 전환되고 있음을 뜻한다. 즉, 테슬라 주가가 오를 ‘한 방’이 없고 이처럼 주가 약세가 이어진다면 테슬라 주가가 미끄러지는 속도는 더 빨라질 전망이다. 주가가 얼마나 올랐는지에 따라 편입 종목을 고르는 모멘텀 ETF들이 테슬라를 다가올 리밸런싱 일에 내보내는 건 시간문제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