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035720)가 지난 22일 종가 기준 처음으로 시가총액 70조를 넘어섰다. 국내 최대 인터넷플랫폼 기업으로 이전까지 시총 3위를 꽉 잡고 있던 네이버(NAVER(035420))를 가볍게 제치고 ‘시총 3위 굳히기’에 들어갔다. 국내서 콘텐츠뿐만 아니라 금융까지 사업을 확장하는 카카오의 저력을 보여준 셈이다.

하지만 카카오의 급격한 상승에 ‘거품’ 논란이 빠질 수 없다. 네이버와의 비교도 끊이질 않는다. 물론 투자자 입장에서는 종자돈만 여유가 있다면 큰 고민하지 않고 두 주식을 모두 매수하면 될 일이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카카오파(派)와 네이버파로 나뉘어 ‘두 인터넷 기업 중 누가 진정한 승자가 될 것이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네이버(위)와 카카오(아래) 로고. /각 사 제공

일단 실속은 네이버가 더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인터넷플랫폼 업계의 미래 먹거리로 떠오르는 메타버스(metaverse·확장가상세계) 서비스를 비롯해 일본과 동아시아 등으로 뻗어나갈 사업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네이버는 실속 잘 챙겨서 월세 나오는 상가 몇 채를 가진 배우자와 같은 느낌”이라고 우스갯소리로 비유하기도 했다.

우선 메타버스 분야는 전 세계, 전분야에서 미래 먹거리로 떠올랐다. 시간과 장소에 관계없이 얼굴 인식·AR(증강현실)·3D 기술을 활용해 만든 아바타로 모든 걸 할 수 있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메타버스 분야에서 카카오보다 앞서 있다. 네이버는 2018년 손자회사 네이버제트를 통해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ZEPETO)’를 시작했다. 지난 2월 기준 이용자는 2억명이 넘었으며 이 중 90%가 북미·유럽·아시아 등 해외 이용자다.

네이버 웹툰을 필두로 한 콘텐츠 지식재산권(IP) 사업 전망도 밝다. 황현준 DB투자증권 연구원은 “네이버 콘텐츠 사업 중심이 된 웹툰은 광고·부분 유료화·IP 등 2차 생산 등의 수익 모델을 통해 매출이 확대되고 있다”며 “콘텐츠 확보를 위한 웹툰 제작사들의 지분 취득 및 글로벌 웹툰 플랫폼 태피툰 지분 인수 등으로 콘텐츠 사업 확대해 나갈 진영을 갖추고 있다”고 평했다. 또 자회사 Z홀딩스로 국내를 넘어 일본·동남아 지역에서 메신저(라인)·전자상거래(라인쇼핑)·간편결제 사업까지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

장사를 얼마나 잘했느냐를 따질 수 있는 자기자본이익률(ROE)에서도 네이버가 카카오를 가뿐히 제쳤다. 최근 2년(2019~2020) 기준으로 네이버 ROE는 10.6%, 15.2%를 기록했지만 카카오 ROE는 같은 기간 -5.8%, 2.7%이었다. 올해 각 증권사에서 추정한 네이버와 카카오 ROE는 각각 약 103%, 10% 수준으로 나타났다. 올해 추정 ROE 격차만 90%포인트(p)가 넘는 것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회사의 퀄리티 문제는 ROE로 귀결될 수 있는데, 이 부분은 네이버가 카카오에 압승했다”고 말했다.

다만 각 증권사에서는 네이버의 성장이 올해 하반기(3~4분기)에나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 주가 상승까지는 시간이 소요된다는 얘기다. 김학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네이버를 “큰 그림에서 더 매력 있다”고 했으며 정호윤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시간은 네이버의 편이니 하반기부터 네이버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했다.

네이버 상승 동력이 빠진 자리는 지금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카카오가 채우고 있다. 카카오는 네이버보다 실속이 덜하지만, 기업가치가 무섭게 오르는 건 부인할 수 없다. 기존 서비스뿐만 아니라 은행·증권·간편결제 등 금융과 모빌리티 부문 등 전방위에서 그동안 뿌려놨던 씨앗들에 열매가 맺히고 있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카카오의 사업 구조가 미래형, 성장형 사업에 집중돼 있고, 이들 시장에서 지배적 위치를 확보하고 수익화에 나서는 전략이 성과를 나타내고 있다”며 “국내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로서 주요 사업 성장이 계속되고 있는 만큼 카카오의 기업 가치 상승 역시 지속할 전망이다”라고 했다.

카카오뱅크·카카오페이 등 유력 자회사들의 기업공개(IPO)를 눈앞에 두고 있는 것도 최근 카카오 주가 상승에 기여했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카카오에 독이 될 가능성도 있다. 비상장사일 경우 보통 투자 유치 등을 통해 기업가치가 나타나기 때문에 기업가치가 감소할 가능성은 작지만 상장사는 주가가 내리면 리스크(위험)가 발생할 수 있는 탓이다. 앞으로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의 상장 후 주가 추이도 카카오 주가에 변수가 될 수 있다.

네이버와 카카오의 사업 잠재력과 성장 가능성, 리스크가 커질 수 있는 요인을 따져보고 시기를 정해 투자하는 방법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