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사들의 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PBS) 사업은 대형 증권사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시장 판도가 계속 바뀌고 있다. PBS가 처음 도입됐던 2013년 시장점유율이 가장 낮았던 KB증권은 업계 1위 PBS 사업자로 올라섰다.

증권사별로 차이는 있지만 많게는 7~8조원이 넘는 자산을 운용하는 PBS도 있다. PBS가 국내 자본시장에 도입된 후 8년 동안 시장 규모는 20배가 넘게 증가했다.

대형 PBS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해외 주식을 대차해 주거나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에 인수합병(M&A) 대상 기업을 물색해주는 등 PBS의 사업 분야를 확대하려는 시도도 늘고 있다.

◇ 업계 1위로 올라선 KB증권, 8.7조 펀드 관리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4월 9일 기준 국내 PBS 시장은 33조8635억원 규모로, 지난 3월 말(31조301억원)보다 2조8334억원 늘었다. 지난해 12월 30조원 아래로 떨어졌던 시장 규모는 올해 2월(30조6160억원)에 1조288억원 증가하며 두 달 만에 30조원대를 회복했다.

그래픽=박길우

국내 PBS 시장 규모는 지난 8년(2013~2021년) 동안 22배 넘게 커졌다. 우리금융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2013년 9월 기준 국내 PBS 시장은 약 1조5000억원 규모였다. 당시 선두는 삼성증권(5644억원)이었고, 대우증권(현 미래에셋증권)이 4474억원,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이 2868억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PBS 사업은 자기자본 3조원 이상인 종합금융투자회사만 할 수 있다. 자격이 되는 8개 증권사 중에서는 메리츠증권과 하나금융투자를 제외한 6곳이 사업을 하고 있다. 삼성증권, NH투자증권, 미래에셋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다. 신한금융투자는 지난 2017년에 합류한 후발주자다.

현재 업계 1위는 KB증권이다. KB증권의 PBS 펀드순자산총액은 8조7382억원으로, 지난 3월 말(8조1338억원)보다 6000억원 넘게 늘었다. 시장 점유율은 25.8%다. 펀드순자산총액이란 헤지펀드가 PBS에 관리를 맡긴 펀드 자산 규모를 말한다.

KB증권의 PBS 점유율은 지난 2018년 말까지만 해도 14.2%로 업계 하위권에 머물렀지만, 이후 점유율을 꾸준히 늘려왔다.

KB증권 관계자는 “헤지펀드를 비롯해 수탁은행의 업무 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향으로 PBS 자문과 조언에 힘을 쏟은 것이 사업 성장에 도움이 됐다”며 “펀드 설정 초기부터 협업을 진행하는 등 PBS본부와 운용사 간에 신뢰를 쌓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2, 3위는 삼성증권, NH투자증권으로 운용자산(AUM)과 시장 점유율 모두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삼성증권이 운용 중인 PBS는 7조2355억원으로 3월 말(6조3922억원)보다 8433억원 증가했다. 점유율은 21.4%다. 이 기간 NH투자증권은 6786억원 증가한 7조1988억원을 운용하고 있다. 점유율은 21.3%다.

4~6위는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순이었다. 미래에셋증권이 5조4967억원으로 전체 16.2%를 차지했고, 한국투자증권은 3조9987억원으로 전체 11.8%를 차지했다. 신한금융투자는 1조1955억원으로 3.5%를 차지했다.

서울 여의도 KB증권 본사.
NH투자증권 사옥./NH투자증권 제공
서울 강남구 삼성증권 본사.

◇ 증권사 간 경쟁 심화… 사업 다각화 필요성도

증권가에서는 라임 사태와 공매도 금지 조치로 PBS 시장 성장이 다소 둔화했지만, PBS 시장 자체는 확대되는 추세라고 이야기한다. 다만 PBS사업자 간 경쟁이 심해지면서 사업 다각화 등을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는 추세다. 전문가들도 PBS가 신사업 확장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사모펀드 사태 이후 은행에서 수탁을 꺼리고, 증권사들도 상품 판매를 엄격하게 관리하면서 시장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나빠졌다”며 “PBS에서 하는 대차 서비스도 공매도 금지 때문에 막히면서 성장률을 둔화시키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PBS부문은 경쟁을 지속하면서 꾸준히 성장하는 시장은 맞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PBS 본부는 크게 헤지펀드를 관리하는 부문과 대차거래를 담당하는 부문, 총수익스와프(TRS) 관련 부문 등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헤지펀드와 PBS계약을 체결하기 위한 영업인력, 실제 헤지펀드의 거래 요구에 따라 트레이딩 주문을 담당하는 인력, 헤지펀드가 빌리기를 원하는 주식을 조달해오는 대차거래 인력, 장외파생 거래 전문가들이 PBS를 움직이는 사람들이다.

일러스트=김의균 기자

하지만 이런 전통적인 사업영역에 더해 최근 PBS는 또 다른 사업 영역을 개척하고 있다. 해외 주식을 빌려주는 주식 대차 서비스도 PBS가 새로 발을 들여놓는 대표 분야다.

해외 주식 대차 서비스는 국내 기관투자자 등이 매수한 미국, 홍콩 등 시장에 상장된 해외주식을 PBS가 빌려와 다시 이 주식을 빌려 가고자 하는 홍콩 등 해외 투자자들에게 중개해주는 서비스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등이 이 서비스를 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고위 관계자는 “해외 주식 대차거래에 대한 국외 기관투자자들의 수요가 상당히 많아 서비스를 강화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PBS가 헤지펀드뿐 아니라 경영참여형 PEF를 위한 서비스도 개발해야 한다고 말한다. 경영참여형 PEF는 기업 경영권 지분(50% 초과)을 확보해 기업을 인수하고 나서 기업가치를 높여 재매각하는 방식으로 투자하는 헤지펀드다. 이런 PEF를 위해 PBS가 인수 후보가 될 만한 기업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식으로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사모펀드 시장에서 PEF가 크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는데, 이런 PEF를 위해 단순히 자금 지원 등 중개업무만 할 게 아니라 인수할만한 기업들에 대한 정보를 리서치해주거나 비상장 기업의 지분을 매매할 수 있도록 하는 맞춤형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미국 골드만삭스나 모건스탠리 등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펀드들이 온라인상에서 비상장 기업의 지분을 사고팔 수 있도록 플랫폼을 개설해 운영하고 있다. 주요 PEF들은 이 플랫폼에 접속해 각자 보유하는 비상장 주식의 지분을 매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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