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증권시장을 분석할 때 거의 모든 증권회사 전문가들은 전날 미국 시장의 상황을 주요 이슈로 다룬다.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 다우존스30 산업평균지수, 나스닥지수 등 3대 지수의 움직임이 어떻게 변했는지가 국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가 특히 국내 증시와 비슷한 움직임을 보인다는 주장도 종종 나온다. 또 미국 주요 증시가 지난해 3월 코로나 팬데믹으로 폭락한 이후 빠르게 회복되며 한국뿐 아니라 전 세계 증시의 강세장을 이끈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미국 내에서는 증시 과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미국 증시의 강세가 이제는 꺾이고 조정(주가 하락)이 올 가능성이 커졌다는 일종의 경고음이다.
경고의 목소리를 내는 대표적인 곳은 미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다. 골드만삭스는 자사 이코노미스트들이 미국의 올해 2분기 경제성장률(GDP)이 10.5%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다고 지난 22일(현지 시각) 밝혔다. 이 수치는 1978년 이후 분기 성장률로는 최고치다. 그러나 3분기부터는 분기 성장률이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3분기에는 7.5%로 성장률이 3%포인트(P) 낮아지고 4분기에는 분기 성장률이 6.5%로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다. 벤 스나이더 골드만삭스 전략가(스트래티지스트)는 2022년까지 매 분기 미국 경제의 성장률이 전 분기보다 낮아질 것이라고 했다.
앞서 지난 5일(현지 시각) 빙키 차드하 도이치은행 스트래티지스트도 미국 증시가 앞으로 3개월간 최대 10% 하락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의 경제성장 속도가 둔화하고 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연말 S&P500 지수가 현 수준보다 8% 밑으로 떨어질 것”(뱅크오브아메리카‧BoA), “곧 주식시장이 역풍을 맞을 것”(모건 스탠리) 등의 언급도 모두 미국 시장에 대한 부정적 전망이다.
미국 주식시장의 과열과 향후 주가 하락에 대한 우려는 점잖은 금융전문가들만의 몫은 아니다. 화성에 사람을 보내겠다는 계획을 추진하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도 이런 우려를 하기는 마찬가지다. 머스크는 지난 6일(현지 시각) 트위터를 통해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 CEO에게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에 비해 비정상적으로 높아진 S&P500 시가총액 비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질문했다. 캐시 우드가 기업의 혁신과 생산성 향상이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S&P500의 시총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것은 아니라며 머스크의 질문을 진화했지만, 미 증시 과열에 대한 의구심은 여전히 남는다.
아직 미국 증시가 본격적인 하락(조정)국면으로 접어드는 일이 현실이 될지는 알 수 없다. 미국 주요 기업들의 올해 1분기(1~3월) 실적이 순차적으로 발표되고 있는데 지난해보다 이익이 많이 늘어난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기업들도 많다. 시장조사업체 팩트셋은 S&P500 상장기업들의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33.8%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도 했다. 종전 전망치(전년 동기 대비 30.2% 증가)보다 상향 조정된 수치다.
하지만 “앞으로 더 갈 것(증시가 올라갈 것)”이라는 목소리가 넘쳐나는 시장에서 조금 다른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보는 것도 투자의 균형감각을 키우는 데 나쁘지 않은 훈련이 될 듯하다.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미국 경제학자 로버트 쉴러는 “가격 상승을 정당화할 수 있는 이야기를 확대 생산함으로써 더욱더 많은 투자자를 끌어들이는 과정이 투기적 버블을 발생시킨다”고 했다.
그리고 투기적 버블은 비이성적 과열의 심리적 기초가 된다. 미국의 일부 은행들이 호들갑 떤다고 생각하는 투자자들도 많겠지만 이런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 보자. 투자자에게 가장 나쁜 습관은 본인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그리고 본인이 선택한 결정이 늘 옳다고 생각하는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