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성화학 삼불화질소(NF3) 공장. /효성화학 홈페이지

이 기사는 2024년 11월 28일 17시 15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사모펀드로의 효성화학(298000) 특수가스 사업부 매각이 무산된 가운데, 계열사 효성티앤씨(298020)가 경영권 인수를 제안받고 검토 중이다. 다만 사업부를 계열사에 파는 건 확정된 사항이 아니며 그룹 차원에서 여러 옵션을 다각도로 고민하는 상황이다.

효성그룹 내에선 계열사 간 인수가 현실적으로 가능할 지를 놓고 법적 리스크 등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수가스 사업부가 너무 비싼 값에 거래되면 효성티앤씨가 배임 논란에 휩싸일 수 있고, 반대로 너무 싸게 팔린다면 효성화학 측 배임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서다. 그 외에도 계열사 간 M&A가 공정거래법상 문제가 없어야만 한다.

28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재 효성티앤씨는 효성화학 특수가스 사업부 인수를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효성중공업(298040)이나 효성첨단소재는 인수 주체로 나설 계획이 없다는 게 효성 측 입장이다.

효성티앤씨 주주들의 반응은 대체로 부정적이다. 지난 8일까지만 해도 30만원을 웃돌던 주가가 특수가스 사업부를 인수할 수 있다는 소식이 처음 전해진 다음날(22일) 20% 넘게 급락했다. 28일 장중 한때는 20만원선을 내주기도 했다. 주주들은 “현금성 자산이 987억원 뿐인 회사가 1조원짜리 공룡을 삼키려 한다”며 분개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선 효성티앤씨가 인수를 검토하는 것이 이해가 간다는 반응도 나온다. 효성티앤씨가 섬유·무역 업체로서 중국에서 특수가스 사업을 하고 있는 만큼 이번 M&A를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이다. 현금성 자산은 987억원에 불과하지만 유동자산(1년 안에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은 2조원이 넘어 자금 여력이 충분하다는 반응도 있다.

효성화학 특수가스 사업부의 매각은 기존에 추진해 온 영업 양수도 방식으로 이뤄질 전망이다. 효성화학이 특수목적법인(SPC)을 세워 특수가스 사업을 양도하고, 이 SPC의 지분을 파는 것이다. 만약 효성화학이 직접 영업 양도를 한다면 상법 제374조에 의거해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거쳐야 하지만, 법인의 지분을 사고 파는 것이라면 이사회 결의만 필요하다. 신주가 아닌 구주 인수라면 이사회 결의조차 거치지 않아도 된다.

효성티앤씨가 효성화학 특수가스 사업부를 문제없이 인수하려면 ‘적정한 가격’을 책정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 계열사 간 M&A에서는 적정 가격이 특히 중요하다. 거래가가 지나치게 높다면 한 회사가 다른 계열사를 일방적으로 도와준다는 논란에 휩싸일 수 있기 때문이다. 반대로 가격이 너무 낮게 정해지면 파는 쪽에서 배임을 저질렀다는 지적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주식시장에서 밸류업 열풍이 불면서 가격이 합리적이지 않다면 소액주주들의 거센 반발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적정 가격이 어느 수준인지 판단해야 하는데, 업계에서는 이 적정선을 1조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최근 효성화학과 IMM PE-스틱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이 1조1750억원에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려 했으며, 이후 컨소시엄이 1조원 안팎에서 재협상을 시도하다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다만 1조원은 현재 시장에서 바라보는 특수가스 사업부의 몸값과는 괴리가 있다. 올해 효성화학 특수가스 사업부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450억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이는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우협) 선정 단계에서 1조3000억원을 적어 냈을 때와 비교해 대폭 하향 조정된 수치다. 당시 컨소시엄은 EBITDA 650억원에 20배를 적용해 1조3000억원을 제시한 바 있다.

한 사모펀드(PE) 관계자는 “올해 EBITDA가 450억원이라면 여기에 멀티플을 최대치(20배)로 적용해도 9000억원이 나온다”며 “그러나 전방 산업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 20배를 온전히 적용하는 건 무리이며, 6000억~7000억원이 적정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EV/EBITDA 13~15배 수준이 적당하다는 얘기다.

효성화학은 특수가스 사업부를 경영권 지분과 소수지분으로 쪼개서 파는 방안도 하나의 옵션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경우 배임 리스크를 어느 정도 피해가며 몸값을 높일 수 있는 장치로 활용 가능하다. 제3자, 즉 소수지분을 인수할 재무적투자자(FI)가 특수가스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한다면, 효성티앤씨도 거기에 맞춰서 경영권 지분을 비싸게 사줄 명분이 생기기 때문이다.

효성화학은 신속한 매매 계약 체결을 위해 지난번 본입찰에 참여했던 FI들 중 빠른 의사 결정 및 납입을 해줄 수 있는 곳을 골라 일대일 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이들은 대부분 “다시 인수에 뛰어들 의사가 있다”며 긍정적 반응을 보이고 있어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해 주며 소수지분 인수를 추진할 공산이 크다.

다만 이 경우에도 배임을 완전히 피해 갈 순 없다는 법조계 의견이 있다. 한 자본시장 전문 변호사는 “제3자인 FI가 고평가해 줬다고 해서 그것이 반드시 경영권 지분 가치 평가의 근거가 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FI들이 다른 장치없이 높은 몸값을 제시하고 인수전에 뛰어든다면 몰라도, 풋옵션 등 ‘안전 장치’를 마련하고 들어온다면 법원에서 “몸값을 인위적으로 높이기 위해 효성과 FI가 짰다”고 판단할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