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종원 대표의 더본코리아가 코스피시장 상장을 하루 앞뒀다. 증권업계에선 더본코리아의 유통주식 수가 적어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 부담이 덜하고, 금융투자소득세 폐지로 투자심리가 살아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더본코리아 주가가 뛸 수 있다고 본다.
다만 최근 공모주가 부진한 것이 우려된다. 4일 상장한 에이치이엠파마를 비롯해 최근 상장한 기업들은 공모가조차 지키지 못하고 있다. 더본코리아 또한 공모가가 높다는 지적을 받고 있고, 더본코리아 직원들이 무더기로 우리사주 청약을 하지 않은 점 등이 약점으로 꼽힌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더본코리아 주식은 오는 6일 첫 거래를 시작한다. 식품·유통 담당 애널리스트들은 상장 시점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A증권사 연구원은 “더본코리아의 경우 회사 가치가 백 대표의 가치와 연동되는 측면이 있다”며 “백 대표의 인기가 넷플릭스 시리즈 ‘흑백요리사’로 급상승한 만큼, 종목에 대한 관심도 뜨거울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전날 금투세 폐지에 동의했다는 점도 긍정적인 뉴스다. B증권사 연구원은 “더본코리아가 상장일을 잘 골랐다”며 “금투세 폐지가 공식화하면서 개인 투자자들에게 투자 매력도를 올릴 수 있게 됐다”고 했다.
더본코리아의 상장 후 유통가능 주식 수가 앞서 상장한 기업들보다 적은 점도 긍정적이다. 더본코리아의 유통가능 주식 수는 284만5200주로 전체 주식 수 대비 19.67% 수준이다.
더본코리아가 장기적으로 해외 사업을 확장할 수 있다는 점을 높게 평가하는 의견도 있다. 한유정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더본코리아는 마스터 프랜차이즈로 전략을 변경해 해외 사업을 본격화할 계획”이라며 “2025년 유럽에서 한국식 중국요리(Korean Chinese) 혹은 분식 브랜드 출시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이어 ”국내외 사업 확장을 통해 유통 사업으로 분류되는 기업 간 거래(B2B) 소스 매출도 동반 성장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공모주 투자를 전문으로 하는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긍정적인 전망을 제시했다. 그는 “공모주는 인기투표이고, 밸류에이션을 크게 따지지 않는다”면서 “백종원 대표가 인기있기 때문에 더본코리아도 흥행 성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이어 “시초가가 중요할 것으로 보이는데, 시초가가 공모가보다 높게 형성되면 반응이 뜨겁게 이어질 것”이라며 “반대로 시초가가 공모가를 하회한다면, 그럴 가능성이 적다고 보지만 만약 그렇게 된다면 당사는 아예 주식을 더 담을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공모가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은 끊이지 않는다. 더본코리아는 CJ씨푸드(011150), 대상(001680), 풀무원(017810), 신세계푸드(031440)를 비교기업으로 선정, 이들의 지난 6월말 기준 평균 주가수익비율(PER·시가총액 ÷ 순이익)을 토대로 공모가 희망 범위(밴드)를 2만3000원에서 2만8000원으로 정했다.
PER 평가 기준 주가가 CJ씨푸드 3470원, 대상 2만1310원, 풀무원 1만1580원, 신세계푸드 3만6100원 등이었다. 모두 이날 주가가 기준 주가를 밑돌고 있다. 현 시점에서 다시 따져보면 공모가 밴드가 더 낮게 형성될 수 있었다는 의미다.
특히 더본코리아의 확정 공모가는 3만4000원으로 공모가 밴드 상단을 초과했다. 더본코리아 수요예측에 참여한 국내외 2216개 기관 중 99.73%(참여 물량 기준)가 공모가 희망 범위 상단이나 상단 초과 가격을 적어냈기 때문이다.
시장에선 수요예측이나 일반 투자자 청약이 흥행 성공한 것과 달리 더본코리아 우리사주조합 청약 경쟁률은 0.35대 1에 그친 점도 우려한다. 우리사주조합 배정 물량은 1년간 보호예수가 걸려, 퇴사하지 않는 한 상장 이후에도 매도할 수가 없다. 우리사주조합 청약 경쟁률만 놓고 보면 회사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직원들이 장기 수익률에 확신을 갖지 못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무엇보다 최근엔 신규 상장한 종목들이 연전연패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상장한 8개 종목(스팩 제외) 모두 첫날부터 주가가 공모가를 밑돌았다. 평균 하락률은 24%다. 올해 상반기 신규 상장한 41개 종목 모두 거래 첫날 주가가 올랐고, 상승률도 평균 91.4%였던 것과 비교하면 분위기는 크게 가라앉았다.
심은주 하나증권 연구원은 “더본코리아의 단기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지 않아 중장기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더본코리아가 해외 점포 확장, 국내 지역 개발을 통한 시너지, 소스 제조·유통 등 성장 방향성이 확고한 점은 긍정적이나 관련 매출이 가시화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