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9월 19일 16시 29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벤처캐피털(VC) 에이티넘인베스먼트가 8600억원 메가펀드 자금 집행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작년 9월 결성 후 1년여 만에 30여곳 기업에 투자, 23% 넘는 자금을 소진한 것으로 집계됐다. 벤처투자 시장 위축으로 투자 집행이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나온 것과 대조된다.
19일 VC업계에 따르면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는 국내 VC 최대 규모 벤처펀드인 ‘에이티넘성장조합2023′을 활용, 현재까지 30여곳 기업에 약 2000억원 투자를 집행했다. 지난해 말 총 8600억원 규모로 조합을 결성한 지 약 9개월 만에 약정총액의 23.1%를 소진했다.
에이티넘성장투자조합2023은 이른바 ‘원펀드 전략’을 펴는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에서도 가장 큰 펀드로 꼽힌다. 작년 9월 7942억원 규모로 결성 후, 지난해 말 8600억원으로 증액했다. 종전 최대였던 ‘에이티넘성장투자조합2020′(5500억원) 대비 56% 규모를 키웠다.
앞서 시장에선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로 미소진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벤처투자 시장 호황기 메가펀드 결성을 추진했지만, 곧장 고금리·경기침체로 시장이 위축돼서다. 투자 집행 부진이 추후 회수 지연으로 이어질 경우 VC로의 자금 유입 침체 우려마저 불거졌다.
VC업계 한 관계자는 “당시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는 메가펀드 결성을 위해 벤처펀드에 투자한 적이 없거나 계열사 VC 외에는 잘 출자하지 않았던 기업들도 대거 출자자로 끌어들였다”면서 “성과가 좋지 못하면 추후 완전히 외면받을 것이란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시장의 우려는 기대로 변하는 모양새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가 해외 벤처기업 발굴에까지 적극적으로 나서며 투자 활동에 속도를 내고 있어서다. 8년 만기로 통상 결성 후 4년간 투자를, 4년간 회수를 진행하는 것과 비교해도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의 소진 속도는 빠른 편이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는 작년 말 이스라엘 텔아비브 소재 기술기업 브리아AI로의 약 50억원 규모 투자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30여곳 벤처기업에 투자한 것으로 집계됐다. 라운드 총 금액 기준 가장 큰 규모는 1400억원이 투자된 에이비엘바이오로 나타났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는 올해 부문대표 체제를 도입해 펀드 자금 소진을 위한 투자 집행을 최우선 순위에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딥테크, 서비스·플랫폼, 바이오·헬스케어, 게임·콘텐츠 4개 분야로, 게임·콘텐츠 부문대표로는 한국투자파트너스 출신을 새로 영입했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는 에이티넘성장조합2023 결성 당시 설정했던 분야별 투자 비율도 조정했다. 당초 서비스·플랫폼 분야 투자 비율을 가장 높게 설정했지만, 플랫폼 위기에 최근 출자자 협의를 거쳐 딥테크, 바이오 등을 우선순위에 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VC업계 한 관계자는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는 메가펀드 결성 후 해외 스타트업이나 바이오, 게임사 등 국내 VC들이 투자 대상에 올리지 않았거나 최근 외면받고 있는 곳들 위주로 투자하고 있다”면서 “자금 집행 속도를 높이는 방안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는 구체적으로 총 5곳 해외 스타트업에 투자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 최근 바이오 벤처기업 외면에도 케어메디, 지투지바이오, 다안바이오테라퓨틱스 등에 잇따라 투자했다. 브이에이게임즈, 오데오 등 게임기업 투자도 진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는 에이티넘성장투자조합2023의 본격 운용 9개월 만에 회수 성과도 눈앞에 둔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말 브리아AI를 투자하며 국내 첫 투자처로 낙점했던 화장품 브랜드 운영사 크레이버코퍼레이션이 구다이글로벌로의 피인수를 앞둔 상황이어서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측은 “산업의 룰과 트렌드를 바꿀 국내외 혁신 스타트업을 발굴해 투자한다는 에이티넘성장투자조합2023 펀드 테마에 맞게 적극적인 투자를 이어 나가고 있다”면서 “대형 원펀드 전략에 맞춰 신규, 후속 투자를 계속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