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인연과 동행을 마무리하는 방식도 특별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지역 일간지 'LA 타임즈'는 18일(이하 한국시간) 신문 전면 광고에 "로이스. 베컴. 이브라히모비치. 이렇게 정해진 운명처럼"이라는 문구를 실었다.

데이비드 베컴과 즐라탄 이브라히모비치 모두 유럽 무대에서 뛰어난 활약을 펼친 뒤 LA 갤럭시로 이적, MLS 무대에 진출했던 선수들이다. 2023-2024시즌을 끝으로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를 떠난 마르코 로이스(35)도 LA에 합류하며 위 두 선수들에 이어 MLS에 진출한 또 다른 월드 클래스 선수가 됐다.

해당 광고는 로이스의 전 소속팀 보루시아 도르트문트가 직접 의뢰한 광고로 로이스에게 남기는 작별 인사이자 LA 갤럭시에 클럽 레전드를 잘 대해줄 것을 부탁하는 메시지였다.

LA 타임즈는 1881년에 창간된 일간지로 미국 서부 지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언론 매체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다.

1995년 도르트문트 유소년팀에 입단한 로이스는 2005년까지 차근차근 성장했지만, 체격이 왜소하다는 이유로 도르트문트에서 더 성장할 기회를 부여받지 못했다. 이후 로트 바이스 알렌으로 유스팀을 옮겼고 2006년 해당 팀에서 프로 무대에 데뷔했다.

로이스의 성장을 눈여겨본 보루시아 묀헨글라트바흐는 2009년 로이스를 영입했다. 이적 첫 시즌엔 벤치 자원으로 활약했지만, 오른쪽 윙포워드 자리에서 선발로 출전하면서 잠재력을 뽐냈다. 데뷔 시즌이었던 2009-2010시즌 로이스는 리그 33경기에서 8골 3도움을 올리며 분데스리가 최고의 유망주 중 한 명으로 올라섰다.

2010-2011시즌 공식전 37경기에서 12골 9도움, 2011-2012시즌 공식전 37경기에서 21골 11도움을 올리는 등 엄청난 잠재력을 폭발시킨 로이스를 향해 '친정팀' 도르트문트가 손을 내밀었다. 도르트문트에서 에이스 역할을 하던 카가와 신지가 2012-2013시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하면서 전력 보강이 필요했던 도르트문트였다.

로이스는 이후 줄곧 도르트문트에서만 뛰었다. 그는 2012-2013시즌 도르트문트로 돌아온 뒤 수많은 이별을 경험했다. 로베르토 레반도프스키, 일카이 귄도안, 헨릭 미키타리안, 우스만 뎀벨레와 피에르-에메릭 오바메양, 제이든 산초, 엘링 홀란과 주드 벨링엄까지. 모두 우승 트로피를 위해 팀을 떠났다.

마리오 괴체와 마츠 훔멜스도 트로피를 위해 바이에른 뮌헨 이적을 떠났지만, 이들은 이내 다시 도르트문트로 돌아왔다. 동료들이 팀을 떠나는 동안 로이스도 바이에른 뮌헨과 레알 마드리드, 첼시, 맨체스터 시티, 파리 생제르맹 등 빅 클럽과의 이적설이 끊이질 않았다. 하지만 로이스는 늘 도르트문트에서 새 시즌을 맞이했다.

"팬들은 내가 온전치 못했던 시간을 함께 견뎌 주었다. 이제 내가 보답할 차례"라며 지난 2018년 봄 도르트문트와의 계약을 2023년으로 연장했다. 로이스가 밝힌 재계약의 단순한 이유는 "팀과 팬을 위해"였다. 로이스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증후군(코로나19)으로 재정 위기에 빠진 지역 소상공인을 위해 50만 유로(한화 약 6억 8천만 원)를 기부하기도 하며 지역민들과 함께 살아갔다.

로이스는 세계 최고 수준급 윙어로 이름 날렸음에도 불운의 상징이자 부상의 아이콘으로도 알려져 있다. 메이저 대회를 앞두고 늘 부상에 시달렸다. 2014 FIFA 브라질 월드컵을 직전에 앞두고 부상으로 쓰러졌고 UEFA 유로 2016 직전에도 다시 부상당하면서 대표팀에서 점차 멀어졌다.

로이스는 도르트문트에서도 좀처럼 트로피를 따내지 못했다. 도르트문트가 분데스리가 우승에 성공했던 2010-2011시즌, 2011-2012시즌 직후 도르트문트로 돌아왔고 그가 떠날 때까지 도르트문트는 단 한 차례도 마이스터 샬레를 들어 올리지 못했다.

2016-2017시즌과 2020-2021시즌 국내 컵대회 DFB-포칼에서 우승에 성공했고 DFL-슈퍼컵도 3차례(2013, 2014, 2019) 들어 올렸지만, 그가 보여준 실력에 비해서는 만족하기 힘든 성과다.

지난 5월 도르트문트와 이별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로이스는 당시 "도르트문트에서 특별한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돼서 매우 감사하고 자랑스럽다. 내 인생의 절반을 이곳에서 보냈다. 어렵고 힘든 순간도 있었지만 매일 이곳에서의 시간을 즐겼다"라며 도르트문트와 함께한 시간을 돌아봤다.

로이스에게도 영광을 누릴 수 있는 마지막 찬스가 찾아왔으니 바로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다. 도르트문트는 2023-2024시즌 리그에서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며 챔피언스리그 무대에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파리 생제르맹을 꺾고 결승전에 올랐다.

로이스는 자신이 도르트문트에 도착했던 첫 시즌, 자신이 경험했던 첫 번째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 열렸던 곳과 같은 장소에서 다시 우승에 도전했다.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레알 마드리드와 맞선 도르트문트는 용감했다. 하지만 충분히 냉정하지 못했다. 주어진 기회를 골로 연결하지 못하면서 0-2로 패배했다. 11년 전과 같은 장소에서 다시 아쉬움을 맛본 로이스다.

로이스는 도르트문트에서 공식전 429경기 출전, 170골 131어시스트의 기록을 남기며 떠나갔다.

로이스는 지난 6월 "사랑하는 팬 여러분, 처음부터 지금까지 저에게 보내주신 모든 것에 대해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우리는 함께 수많은 세월을 보내며 모든 기쁨과 슬픔을 함께 겪었고, 그 점에 대해 정말로 감사드리고 싶다"라며 작별 인사를 남겼다.

그는 지난 18일 LA 갤럭시에서 첫 공식 기자회견을 가졌다. 그는 "도르트문트와 이별을 택한 뒤 '이제 뭘 하지?'라는 고민이 생겼다. 분데스리가나 유럽을 떠나겠다고는 이미 결정을 내린 상태였다"라고 입을 열었다.

그는 "갤럭시와 첫 접촉은 5월이었다. 윌 쿤츠를 통해 접촉했다. 결정을 내리는 덴 오래 걸리지 않았다. 팀에 대한 첫인상은 나쁘지 않았고 그렉 베니 감독과 첫 대화도 좋았다.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흘러갔다"라고 말했다.

그는 "난 더 이상 젊지 않다. 매일 성장하고 발전하는 젊은 선수들을 돕고 싶다. 축구에선 사소한 디테일이 정말 중요하다. 난 우리가 준비가 됐다고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한편 도르트문트는 LA 타임즈에 게시한 광고 뒷면에 "그를 잘 대해주세요. 도르트문트의 모든 팬들을 사랑합니다"라며 로이스를 잘 부탁한다는 글을 덧붙였다. /reccos23@osen.co.kr

[OSEN=정승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