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케인(31, 바이에른 뮌헨)과 잉글랜드가 문제가 아니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랜 기간 무관 중인 나라는 바로 대한민국이었다.

잉글랜드는 15일 오전 4시(한국시간) 독일 베를린의 올림피아 슈타디온에서 열린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 2024 결승전에서 스페인에 1-2로 패하며 준우승에 그쳤다.

이로써 스페인은 지난 2012년 이후 12년 만에 다시 유로 정상에 올랐다. 동시에 통산 4번째 유로 트로피를 들어 올리며 대회 최다 우승국으로 등극했다.

반면 잉글랜드는 두 대회 연속 준우승에 머무르며 역사상 첫 유로 제패의 꿈이 무산됐다. 지난 1966년 월드컵 우승 이후 메이저 대회 무관 기록도 깨지 못했다.

경기 후 영국 '스카이 스포츠'는 우승 후 트로피 가뭄을 가장 오래 겪고 있는 국가 상위 10개를 발표했다. 잉글랜드는 58년으로 4위에 해당했다. '축구종가'라는 명성엔 어울리지 않는 기록. 잉글랜드는 꾸준히 강력한 선수단을 자랑했지만, 국제 대회에서는 좋은 성적을 내지 못했다.

그나마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감독과 함께 일군 유로 2연속 준우승이 큰 성과다. 다만 비판은 피하지 못하고 있다. 잉글랜드는 지난 유로 2020에서는 결승전에서 이탈리아에 승부차기로 패하며 눈앞에서 트로피를 놓쳤다. 당시 19살이었던 부카요 사카가 키커로 나섰다가 실축하면서 사우스게이트 감독이 자초한 패배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이번 대회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잉글랜드는 결과적으로 준우승을 거두긴 했지만, 경기력은 처참하기 그지없었다. 조별리그부터 3경기 2골에 그치며 골 가뭄에 허덕였고, 답답한 경기력으로 몇 차례 탈락 위기에 몰리곤 했다. 케인과 주드 벨링엄, 사카, 필 포든, 데클란 라이스 등 화려한 선수단을 갖추고도 졸전을 거듭했다.

특히 케인은 결승전에서 또 침묵하며 무관 탈출에 실패했다. 그는 모두가 인정하는 월드클래스 공격수지만, 아직도 우승 경험이 없다. 통산 결승전 성적도 0골이다. 프리미어리그(PL) 2위,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준우승, 잉글랜드 리그컵 준우승, 유로 준우승 등 2위 기록만 가득하다. 지난해 여름 바이에른 뮌헨으로 이적했음에도 무관 저주를 깨지 못했다.

잉글랜드 자국 언론에서도 58년 무관 역사에 한탄하고 있는 상황. 그러던 중 갑작스레 한국이 의문의 1패를 떠안았다. 한국은 64년째 무관으로 잉글랜드보다 6년이나 더 길기 때문. 이는 전 세계 최장 기록이다.

한국의 마지막 우승은 지난 1960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당시 한국은 아시안컵 초대 대회에서 정상에 오르며 '아시아 호랑이'로서 맹위를 떨쳤다. 하지만 이후로는 단 한 번도 메이저 대회 트로피를 획득하지 못했다.

우승 적기로 기대받았던 2022 카타르 아시안컵도 우승과는 거리가 멀었다. 손흥민과 이강인, 김민재, 황희찬, 이재성 등으로 꾸려진 황금 세대였지만,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의 '해줘 축구' 속에 졸전을 펼쳤다. 어찌저찌 좀비처럼 살아남으며 4강까지 오르긴 했으나 요르단에 0-2로 완패하며 탈락했다.

동병상련인 손흥민과 케인이다. 둘은 토트넘에서 프리미어리그 역대 최다 합작골(41골) 기록을 세우며 '영혼의 듀오'로 불렸지만, 트로피는 단 하나도 없다. 대표팀에서도 마찬가지다. 손흥민은 지난주 "잉글랜드의 우승을 기원한다. 케인이 우승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는 잉글랜드 역사상 최고의 선수"라며 케인이라도 먼저 우승의 기쁨을 맛보길 응원했지만, 바람은 이뤄지지 못했다.

■ 우승 경험국 중 트로피 가뭄이 가장 긴 국가 TOP 10

1위: 대한민국(64년)

2위: 에티오피아(62년)

3위: 이스라엘(60년)

4위: 잉글랜드(58년)

공동 5위: 수단/콩고민주공화국(50년)

7위: 페루(49년)

공동 8위: 모로코, 체코, 이란(이상 48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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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고성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