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한 판정에 분을 삭이지 못한 미국 축구대표팀 주장 크리스천 풀리식(26. AC 밀란)이 심판을 조롱하는 제스처로 화제가 됐다.

미국은 지난 2일(한국시간) 미국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의 애로헤드 스타디움에서 열린 우루과이와 2024 코파 아메리카 조별리그 C조 최종 3차전에서 0-1로 패했다.

이로써 1승 2패를 기록한 미국은 조 3위가 되면서 8강 진출이 좌절됐다. 반면 3연승을 달린 우루과이는 조 1위로 토너먼트에 진출, 브라질과 4강 진출을 다투게 됐다.

미국은 1차전에서 볼리비아를 2-0으로 꺾었으나 2차전에서 복병 파나마에 1-2로 충격 패를 당했다.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공동 개최국인 미국이 자국에서 열린 코파 아메리카, 골드컵,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본선에 오르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무엇보다 경기 내내 미국 선수들은 이날 주심으로 나선 페루 출신의 케빈 오르테가 심판의 판정에 불만을 드러냈다. 특히 미국 주장 풀리식은 오르테가 주심이 우루과이에 더 유리한 편파 판정을 내렸다고 믿고 있는 듯했다.

실제 이날 유일한 득점이었던 우루과이의 후반 21분 골 상황은 명백한 오심으로 보였다. 프리킥 상황에서 로날드 아라우호의 헤더 슈팅이 골키퍼 선방에 걸렸다. 그러나 쇄도하던 마티아스 올리베라가 공을 골대로 밀어 넣었다.

올리베라의 골은 오프사이드처럼 보였다. 아라우호의 머리에 공이 맞는 순간 올리베라의 몸이 미국 수비수보다 앞선 모습이 방송 카메라에 잡혔다. 주심은 비디오 판독(VAR)에도 불구하고 올리베라의 골을 득점으로 인정해 버렸다.

앞선 전반 33분에도 이상한 판정이 나왔다. 우루과이의 공격이 미국 수비수 크리스 리처즈의 반칙으로 끊어졌다. 오르테가 주심은 주머니에서 옐로카드를 꺼내 들었다.

그런데 우루과이는 곧바로 공격을 이어갔다. 그러자 옐로카드를 꺼냈던 오르테가 주심은 급하게 경기 속개 동작을 취했다. 일반적으로 경고자가 나오면 주심이 경기를 멈춘 채 선수의 이름을 카드에 적는다. 우루과이 공격이 득점으로 연결됐다면 이 역시 논란이 될 수 있었다.

경기 종료 휘슬이 울린 직후 분노한 미국 주장 풀리식이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냈다. 승리한 우루과이가 기쁨의 세리머니를 하고 있자, 풀리식은 센터서클에 모인 심판들을 향해 우루과이 벤치 쪽으로 어서 가보라는 제스처를 해 보였다. '가서 함께 승리를 축하하라'는 일종의 조롱이었다.

풀리식은 잠시 후 천천히 걸어서 심판진들에게 다가섰다. 그리고 심판진에게 뭔가를 말하면서 다시 한번 우루과이 쪽 벤치를 가리켰다. 선심과 악수를 한 풀리식은 주심에게도 손을 내밀었다. 하지만 오르테가 주심은 손을 뒤로 한 채 풀리식의 악수를 거부했다.

3일 ESPN에 따르면 풀리식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솔직히 나는 오늘 눈앞에서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정말 믿을 수 없는 일들을 목격했다"면서 "우리가 패한 이유는 심판 판정에 따른 것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어 "하지만 정말로 내가 뭘 보고 있는지 모르는 것은 누구나 인정할 것 같다"면서 "뭐라고 판정한 것인지, 뭘 한 것인지 모르겠다. 그는 아무런 설명도 해주지 않았다. 그는 내가 납득할 수 없는 일을 했다"고 판정에 불만을 드러냈다. 또 풀리식은 주심이 악수를 거부한 것에 대해 "그는 나와 악수하지 않을 것이다. 그게 정상"이라고 설명했다.

소셜 미디어(SNS)에는 '폭스스포츠'와 이날 경기 중계에 나선 'FS1'에서 제공된 풀리식 및 득점 장면 영상이 나돌고 있다. 그리고 풀리식의 행동에 대해 "잘했다"는 의견과 "이해는 되지만 과했다" 등의 반응이 나오고 있다.

그렉 버홀터 미국 감독은 경기 후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면서 "이해가 안 된다. 나는 규칙을 꽤 잘 알고 있다. 규칙이 어떻게 해석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사진도 있고 오프사이드 골이다. 실망스럽긴 하지만 축구에서 일어나는 일이고 우리는 당연히 받아들여야 한다"고 씁쓸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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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강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