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 에이스였다. 손흥민이 홍명보 감독에 1승을 선물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10일 오후 11시(이하 한국시간) 오만 무스카트의 술탄 카부스 종합운동장에서 오만과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3차 예선 B조 2차전에서 3-1로 승리했다.

이로써 홍명보호는 지난 팔레스타인전 충격을 딛고 첫 승을 거두는 데 성공했다. 
한국은 지난 5일 안방에서 팔레스타인과 0-0으로 비기며 휘청였지만, 험난한 오만 원정에서 3-1 승리를 거두며 반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10년 만에 대표팀 감독으로 복귀한 홍명보 감독은 복귀 후 첫 A매치를 1승 1무로 마무리하며 절반의 성과를 거뒀다. 그는 선임 과정에서 공정성 논란을 사며 여론의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결과로 증명하겠다고 공언했다. 팔레스타인전은 무승부에 그쳤으나 오만 원정에서 승점 3점을 따내며 급한 불을 껐다.

쉽지 않은 경기였다. 한국은 전반 10분 황희찬의 벼락 같은 선제골로 기분 좋게 출발했다. 황희찬은 손흥민의 패스를 좋은 퍼스트 터치로 잡아두며 수비를 따돌렸고, 공간이 나오자마자 과감하게 슈팅을 쐈다. 그의 오른발을 떠난 공은 그대로 골망을 갈랐다. 손흥민은 황희찬의 선제골을 도운 뒤 가장 먼저 달려가 축하를 보냈다.

그러나 한국은 전반 중반부터 조금씩 밀리기 시작하더니 흐름을 완전히 내줬다. 결국 추가시간을 버티지 못하고 동점골을 내주며 1-1로 전반을 마무리했다. 상대 프리킥이 정승현 머리 맞고 굴절되며 골문 안으로 들어가고 말았다.

후반에도 오만의 기세가 매서웠다. 후반 6분엔 손흥민이 박스 안에서 넘어지며 페널티킥을 얻어냈지만, 마닝 주심이 3분이 넘는 온필드 리뷰 끝에 취소되기도 했다. 오만은 조직적인 수비로 한국을 막아내며 역습으로 뒷공간을 노렸다. 오만의 공격이 조금만 더 날카로웠다면 역전골을 내줄 수도 있었다.

승리가 점차 멀어지고 있던 후반 37분. '해결사' 손흥민이 홍명보호를 구했다. 후반 37분 이강인의 패스를 받은 그는 환상적인 왼발 감아차기로 골문 구석을 꿰뚫으며 결승골을 터트렸다.

그리고 후반 추가시간 11분, 주민규가 손흥민의 패스를 받아 쐐기골까지 넣으며 경기를 마무리했다. 주민규의 골은 대표팀 역사상 가장 늦게 터진 골로 신기록을 세웠다.

그야말로 손흥민의 '원맨쇼'였다. 그는 홀로 1골 2도움을 올리며 벼랑 끝까지 내몰렸던 홍명보호를 구했다. 손흥민은 129번째 A매치에서 49호 골을 기록하며, 출전 횟수 역대 4위, 득점 수 부문에선 역대 3위에 올랐다.

경기를 마치고 거친 숨을 몰아쉬던 손흥민은 주민규, 김민재와 승리의 기쁨을 나누며 환하게 웃었다. 특히 이강인을 보곤 양손 하이파이브와 함께 그의 품에 안겼다. 이후 선수들 한명 한명 격려하고 기쁨을 나눴다. 복귀 후 첫승을 거둔 홍명보 감독과도 승리의 하이파이브와 포옹을 했다.

경기 최우수 선수 인터뷰를 마치고 손흥민이 붉은악마들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 관중석으로 다가오자 한국 축구팬들 뿐 아니라 오만 관중들도 "쏘니! 쏘니!"를 외쳤다. 손흥민을 조금이라도 가까이서 눈에 담기 위해 앞으로 몰려들었다.

취재 열기 역시 뜨거웠다. 오만 사진기자들은 자국이 아닌 한국 대표팀, 특히 손흥민의 움직임 하나 하나에 주목했다. 손흥민이 선보인 레전드급 플레이에 연신 셔터를 눌렀다.

손흥민 덕분에 원정에서 값진 승점 3점을 따낸 홍명보호. 손흥민은 "첫 출발이 깔끔하진 않았지만, 원정에서 이렇게 승리를 거뒀다. 특히 어려운 상황에서 승리한다는 건 더 단단한 팀이 된다는 의미다. 오늘 그냥 너무 좋았다"라며 밝게 웃었다.

주장으로서 선수단에 자신감을 불어넣고 있는 손흥민이다. 그는 "최대한 행동으로 보여주려 노력했다. 대표팀이란 자리이다 보니까 분명 부담감을 갖는 선수들도 있다. 이제 한 경기 끝났다고 했다. 고개 숙일 필요 없다는 얘기를 가장 많이 해줬다"라고 밝혔다.

끝으로 손흥민은 "오늘처럼 선수들이 경기장에서 자신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남은 8경기에서도 우리가 준비한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라며 "워낙 능력 많은 선수들이다. 앞으로 잘 컨트롤하고 우리 스스로 믿고, 경기장에서 가족, 형제처럼 모든 걸 나누고 통한다면 큰 문제 없을 것이다.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다"라고 힘줘 말했다. / rumi@osen.co.kr

[OSEN=민경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