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의 시구는 약방의 감초나 마찬가지다. 경기 시작 직전에 치르는 시구 행사는 경기의 흥미를 유발하고, 분위기를 북돋우는 긍정적인 구실을 한다. 대개는 구단이 유명 연예인을 초빙하거나 어린이날 같은 특별한 날에는 그에 걸맞은 인물을 섭외하는 것이 보통이다.

물론 시즌이나 한국시리즈 개막전에서 대통령이나 지방자치 단체장이 시구하는 경우는 KBO나 해당 구단의 정무적인 판단이 작용하기도 한다. 어찌 보면 그 또한 선출직 정치인들의 정치 행위로 여겨 무방할 것이다.

지난 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있었던 에스파 카리나의 시구는 관중들의 환호와 탄성을 자아낸 좋은 사례라 하겠다. 반면 같은 날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기아 타이거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전 배현진 국회의원의 시구는 영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많은 관중이 그의 시구에 야유를 퍼붓는 자못 이색적인 광경이 돌발한 것이다. 더군다나 배 의원이 시구 후 자신의 SNS에 후기를 올린 것이 논란에 부채질했다. 그 글에 대해서는 왈가왈부하고 싶지 않다.

배 의원이 잠실구장이 있는 송파구 현역의원이어서 시구에 나서는 것 자체를 뭐라고 할 일은 아닐지도 모른다. 그가 야구를 좋아해서인지는 알 수 없으나, MBC 아나운서 시절 포함 특정인이 두 차례나 시구한다는 것은 지극히 이례적인 일이기도 하다.

두산 구단은 12일 논란이 다시 일자 홍보실을 통해 "지난 5월 18일(토요일) 잠실구장에서 열렸던 롯데 자이언츠전에 관람 온 배현진 의원에게 고영섭 구단 사장이 인사를 건네면서 시구를 요청, 일정을 조율해서 성사된 것"이라고 해명했다.

두산 구단이 해당 지역구 국회의원에게 요청을  해서 받아들졌다는 얘기였다. 단순한 과정이지만, 여전히 정치적인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는 다분하다. 설사 ‘자원 등판’이 아니었더라도, 굳이 정치인을, 하필이면 관중들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도 있는 경기에 시구토록 했는지 물음표가 달린다.

여태껏 특정 지역구 국회의원이 시구에 나선 다음에 군말과 구설이 낭자한 것은 아마도 배 의원의 경우가 처음인 듯하다. 산뜻해야 할 시구 행사가 뒤 논란을 부르며 ‘변질’하는 것은 당연히 바람직하지 않다. 차라리 관중석에서 조용히 야구를 관람하고 돌아갔다면 이처럼 긁어 부스럼 격으로 시끄러워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행여나 구단이 '타의'에 의해서 이런 행사에 '선택권'을 자연스럽게 행사하지 못 하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글. 홍윤표 OSEN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