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와 전력분석원 그리고 코치로 10년간 몸담은 정든 한화를 떠났다. KIA 유니폼을 입고 새출발하는 이동걸(40) 코치에게 지도자 인생 제2막이 열렸다.

KIA는 지난 26일 정재훈 투수코치, 이동걸 불펜코치를 영입하며 새로운 1군 투수 파트 코치진을 공개했다. 기존의 서재응, 곽정철 코치와 재계약하지 않고 각각 두산과 한화에 있던 정재훈 코치와 이동걸 코치를 외부에서 수혈했다. 정재훈 코치는 두산에서 올해 1군 메인 투수코치로 시작했지만 6월 중순 분위기 쇄신차 코치진 보직 이동 때 2군으로 내려갔고, 이동걸 코치는 피칭퍼포먼스코치로 현장과 프런트 가교 역할을 하다 5월에 코치진 개편과 함께 1군 불펜코치를 지냈다.

선수, 코치 시절 통틀어 KIA와 인연이 전혀 없는 두 코치를 영입한 것에 대해 심재학 KIA 단장은 “최신 야구 트렌드를 잘 알고 열심히 공부하는 코치들이다. 외국 코치들과의 세미나가 있으면 꼭 참석해서 배우려는 의지가 강하고, 발표한 내용들도 좋았다. 데이터 활용도 능하다”며 “코치진 교체로 투수들이 새로운 분위기에서 내년 준비를 할 것이다. 이동걸 코치도 함께 젊은 투수들을 잘 이끌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KIA의 제안을 받고 고심 끝에 이적을 결정한 이동걸 코치는 “그동안 인연이 전혀 없던 팀이라 처음 연락이 왔을 때 놀랐다.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며 “KIA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광학 카메라를 활용한) 호크아이 트래킹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데이터 활용이나 선수 적용 방법에 있어 심재학 단장님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이 코치는 2018년 5월 한화에서 선수 은퇴 후 2020년까지 전력분석원으로 활동하며 데이터 분석 능력을 쌓았다. 2021년부터 1군 불펜코치로 선수들에게 데이터를 적용하고 활용하는 역할을 맡았다. 복잡하거나 어려운 데이터를 직관적으로 설명, 알기 쉽게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을 높이 평가받았다. 선수 개인별로 축적한 데이터량이 방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진심 가득한 소통과 활발한 피드백으로 선수들에게 큰 신뢰를 받았다.

그런 한화 투수들을 두고 KIA로 떠나는 마음이 결코 편치만은 않다. 2007년 삼성에 지명을 받은 뒤 2차 드래프트를 통해 2014년부터 한화에 몸담은 이 코치는 “선수부터 시작해 전력분석과 코치까지 한화에만 10년을 있었다. 선수 때부터 같이 한 투수들과는 선후배에서 코치와 선수 관계가 되기까지 오랜 시간을 함께했다. 그 시간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편치는 않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이 코치는 “그 점이 이적을 결정하는 데 있어 가장 힘든 부분이었다. 선수들도 그렇고, 제가 정말 존경하는 박승민 코치님과도 케미가 잘 맞았다. 야구장에서 일하는 즐거움이 컸고, 행복했다”며 “(KIA행을) 결정을 하고 나서 선수들로부터 많은 연락과 메시지를 받았다. 선수들의 야구 인생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밑거름이 됐다면 이 시간들이 참 뿌듯하고 감사할 것 같다. 한화 투수들이 더 큰 성공을 거뒀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한화 팬들과 구단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이 코치는 “스타 플레이어도 아닌데 한화에 와서 제가 가진 것에 비해 많은 응원과 사랑을 받았다. 구단에서도 감사하게 코치가 될 기회를 주셨다. 한화 구단의 좋은 시스템과 방향 속에 배우고 성장할 수 있었다”면서 “아직도 제 스스로 코치로 정립해나가야 할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선수들의 마음, 가고자 하는 방향에 맞춰 도움을 줄 수 있는 코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내달 1일 일본 오키나와 마무리캠프부터 KIA 선수단과 마주할 이 코치는 완전히 백지 상태에서 선수들에게 다가갈 생각이다. 그도안 외부에서 바라보기만 했지, 내부에서 같이 해보지 않은 선수들이라 어떤 인상이나 평가에 대해서도 말을 아꼈다. 구단에 선수들에 대한 자료를 요청해 특징과 성향에 대한 파악부터 하려고 한다. 이 코치는 “김종국 감독님, 정재훈 코치님을 만나 어떤 방향으로 갈지 논의하면서 나아갈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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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이상학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