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에 답하는 신문선 축구협회장 후보. /연합뉴스

대한축구협회(KFA)가 법원이 회장 선거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해 연기된 선거를 오는 23일 실시하겠다고 발표한 가운데, 신문선·허정무 후보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추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도 예고했다. 4연임에 도전하는 정몽규 현 회장은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신문선 후보는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축구협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3일을 선거 기일로 공지한 현 선거운영위의 판단은 인정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선거 중지를 위한 법적 조치에 더해 정몽규 후보의 후보 자격이 인정돼서는 안 되는 부분에 대한 법적 조치까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해 축구협회 특정감사를 실시한 후 다음 달 2일까지 정 회장에 대해 ‘자격정지 이상의 중징계’를 하라고 요구한 상태다. 축구협회 장관은 자격정지 이상의 징계처분을 받은 사람은 축구협회 임원이 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이 때문에 후보 자격에 문제가 될 수 있는 정 회장이 조금이라도 빨리 선거를 치러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는 게 신 후보 주장이다.

신 후보는 “2월 2일이 바로 문체부가 한 달로 정한 기일이고, 이 기일 내 ‘자격정지’라는 징계가 내려지면 정 후보는 후보자격을 잃게 될 것”이라며 “이러한 상황에 내몰린 정 후보와 축구협회는 이성을 상실한 듯 막무가내 행동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허정무 전 대전하나시티즌 이사장이 지난 3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가진 ‘제55대 대한축구협회장 후보 기자회견’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신 후보는 또 23일 선거가 치러질 경우 그 시점엔 현 선거운영위가 선거를 운영할 권한이 없어지므로 선거운영위를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23일은 이미 정몽규 후보의 회장 임기가 이틀 지난 시점이다. 정 후보의 집행부에서 선임한 선거운영위가 만든 편파적이고 불공정한 상황에서 경쟁한다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허 후보 측 대리인은 전날 “축구협회장 선거를 23일 한다는 축구협회의 발표는 거짓”이라며 “23일 선거일에 대한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고 알렸다. 이어 “허 후보나 신 후보 모두 협회의 일방적인 23일 선거일 통보를 거부했다. 불공정하고 위법한 선거 운영에 대한 엄중한 법원의 판단을 단순히 선거인 몇 명 추가하는 것으로 무마하려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허 후보는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23일 선거 불가’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는 “선거운영위의 구성과 업무 범위는 회장선거관리규정 제4조에서 정하고 있는데, 규정 어디를 찾아봐도 선거운영위가 선거일을 결정한다는 내용은 없다”고 지적했다.

4선에 도전하는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지난 달 26일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후보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앞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재판장 임해지)는 7일 허 후보가 대한축구협회를 상대로 낸 회장 선거 금지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앞서 허 후보는 축구협회 선거운영위원회가 불공정·불투명하게 선거를 관리한다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축구협회 선거운영위원회(이하 선운위)는 전날 제55대 축구협회장 선거 중단에 대해 유감을 표하고 오는 23일 선거를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선운위는 “그동안 관련 규정에 위배됨이 없이 중립적인 입장에서 선거 준비를 진행했다”고 주장했다. 정몽규 후보는 23일 선거가 실시되는 데 대해 특별한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